전공의 부모들이 직접 '수련환경 개선' 투쟁
협의회 구성, '매일 녹초되는 아들·딸 더이상 못봐-노예계약 소송도 불사'
2013.03.20 20:00 댓글쓰기

인턴 및 레지던트 부모들이 수련환경 개선 투쟁에 나선다. 매일 과도한 근무로 녹초가 되는 자식을 더 이상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들 부모는 전공의 자녀의 위임을 받아 병원을 상대로한 소송계획까지 세우는 등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수련환경 개선에 확실한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다.

 

전국의대생·전공의학부모협의회는 최근 불합리한 수련환경 개선에 뜻을 같이하고 병원과 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전공의 부모들의 이 같은 결정은 자식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공분을 키웠고, 결국 단체행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협의회가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는 ‘노예계약’ ‘21시간 연속근무’ ‘이틀 동안 3시간 수면’ 등 자식들의 과도한 근무여건에 대한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부모들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넘기기에는 수련환경이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며 카페를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나서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전공의 자녀를 둔 원로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부모들의 수련환경 개선 투쟁 결정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회는 우선 자녀들로부터 열악한 수련환경 실태를 수집한 후 소송 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전국 20여 개 병원 전공의 60여 명이 제기했던 임금체불 문제도 투쟁 사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부모들이 직접 자녀들의 밀린 월급을 받아내겠다는 각오다.

 

노동부 진정으로 시작된 전공의 임금체불 사건은 병원들의 중재 노력에 힘입어 당사자들인전공의들의 진정취소가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병원은 사건이 진행중이다.

 

협의회는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국 수련기관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상습 체불 병원 2~3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한 전공의 부모는 “우리 자녀들의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며 “불합리한 수련환경을 반드시 개선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제식 교육과 병원의 평가 독점 현실에서 전공의가 불만을 제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부모들이 가엾은 자식들의 등을 긁어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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