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한다는 '신포괄수가제' 오히려 환자 위협
진료 현장에서 필수 치료재료 미사용 사례 급증···정부도 ‘수수방관’
2021.04.02 05:5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진료비 통제 일환으로 시행 중인 신포괄수가제가 일반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병원에 지급하는 개념인 만큼 제도 시행 전부터 제기됐던 소극적 진료의료 질 저하가 진료현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행 건강보험 제도는 공식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라는 진료비 지불방식을 취하고 있다. 진료, 검사, 수술 등 의료인이 제공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수가를 책정, 지급하는 방식이다.

 

많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진료비가 늘어나는 만큼 의사는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과잉진료라는 위험요소에 늘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명 진료비 정찰제로 불리는 포괄수가제(DRG, Diagnosis Related Group)를 도입했다.

 

행위별수가제로 인한 과잉진료와 의료비 급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2년 도입돼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 자궁수술 등 7개 질병군에 대해 시행 중이다.

 

질병군에 대한 진료비가 동일한 만큼 국가에서 효율적으로 진료비 통제를 할 수 있고, 과잉진료를 방지해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해진 진료비 내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내야 하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울리 없고, 참여기관들 역시 소극적 진료로 일관하며 실효성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정부는 고심 끝에 2009년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했고, 12년째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장점을 합친 신포괄수가제는 입원료나 처치 등 환자가 받는 서비스는 포괄수가로 묶고, 의사의 행위는 행위별 수가로 보장하는 제도다.

 

환자는 진료비 부담이 줄어 좋고, 경영난을 호소하던 중소병원들도 만족감을 표하면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현재 98개 의료기관 36007개 병상에 신포괄수가제가 시행 중이며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5만 병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괄의 덫, 포함되면 급여도 무용지물

수액라인 필터 등 미사용시 치명적 위험

 

문제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급여 치료재료를 비용사 이유로 사용하지 않아 환자건강에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여로 등재된 치료재료는 건강보험에서 보장을 해주고 있지만 신포괄수가제를 시행 중인 병원들은 포괄품목으로 포함될 경우 별도의 재료비를 청구할 수 없어 사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수액 주입시 사용하는 수액라인 필터유량조절기’, 혈액 채취 후 지혈에 꼭 필요한 지혈밴드등이다.

 

수액필터는 수액 및 주사제 주입시 유리 앰플이나 고무 찌꺼기 등 이물질이 혈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 주는 제품으로, 환자 생명과 직결돼 있다.

 

실제 체내에 유입된 파편들은 신체조직의 괴사뿐 아니라 폐육아종, 정맥염, 혈전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전신마비, 심장마비,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정부도 그 중요성을 인정해 지난해 7월 급여로 전환했지만 신포괄수가제 병원들은 사용을 꺼리거나 비용상의 이유로 의사들에게 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수액을 정확한 속도로 정확한 양을 주입할 수 있도록 하는 수액 유량조절기 역시 치명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포괄수가제 병원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 개 제품을 여러 명이 나눠 사용하는 일반 반창고의 경우 감염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비용 차이를 이유로 지혈밴드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포괄수가제 병원들의 이러한 필수 치료재료 미사용 실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병원 입장에서는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보다 많은 수익 보전을 위해 사용을 기피하고 있고, 신포괄수가제 특성상 정부는 이러한 병원들의 행보에 딴지를 걸 수도 없는 구조다.

 

수도권 소재 한 종합병원 의사는 신포괄수가제 방식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제도인지 병원들의 수익 보장과 정부의 생색내기식 제도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어 국민들은 단지 저렴한 치료비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건강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진료비를 아끼는 것에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병원 의사는 신포괄수가제 병원들은 환자 건강에 직접 관련된 급여 치료재료는 수익 문제와 관계없이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 역시 포괄, 비포괄 치료재료의 적절한 분류와 건강상 꼭 필요한 치료재료 사용 종용을 통해 국민건강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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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의견 04.02 10:26
    기사의 초점은 이해되나, 꼭 필요한 치료재료의 사례들이 논의여지가 있으며

    신포괄수가병원들이 마치 비용만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재료 마저도 사용안한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가 있어 글올립니다.

    기사에서 꼭 필요한 치료재료 예를 든 사례 중 수액라인필터는 제외하더라도

    유량조절기, 지혈밴드가 그 범주에 들까요? 유량조절기는 특정 약물, 정확히 소량으로 투입하는 경우는 꼭 필요하지만 그외는 오히려 남용하고 있지 않은 가 검토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지혈밴드는 더욱 말할 것도 없겠지요?

    치료재료를 판매하는 회사들의 입장에서야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신포괄수가 병원이나 제도의 문제점을 논하는 예로는 부적절한 것 같네요.
  • 관리자 04.02 10:35
    지적 감사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신포괄수가 병원들의 불필요한 오해에 대한 우려도 인정합니다. 다만 신포괄수가제 하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치료과정들이 진정 병원이 아닌 환자 중심인지에 대한 진중한 천착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질책과 제언을 토대로 정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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