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포함 빅5 병원도 '레지던트 채용' 희비 갈려
지원율 격차 갈수록 벌어지는 인기과·비인기과···수련 3년제 전환 여부 촉각
2020.12.30 10:47 댓글쓰기
[한해진·박정연기자/기획 2]겉보기에 쟁쟁한 경쟁률을 자랑하는 빅5 병원도 속사정은 저마다 달랐다. 40명 가까이 몰린 인기과가 존재하는 반면 매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비인기과와의 간극은 올해 특히 컸다.
 
지난 12월 2일 마감된 2021년도 전공의 전기모집 결과, 빅 5병원 모두 지원자가 전체 정원을 초과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22명 정원에 163명이 몰려 1.34:1을 기록했다. 가톨릭의료원은 287명, 서울대병원에도 209명이 지원했다. 빅5 병원 전체 지원자만 969명에 달한다.
 
가톨릭의료원의 경우 피부과와 성형외과, 재활의학과가 3: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피부과는 5명 모집에 17명이 지원해 3.4:1로 빅5 병원 모든 전공과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도 4명을 모집하는 정형외과에 두 배가 넘는 9명이 지원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서울대병원은 가정의학과에 20명 정원을 받아 압도적으로 모집인원이 많았음에도 정원을 채웠다.
 
빅5 병원 중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과목은 서울아산병원 내과다. 25명 모집에 41명이 지원했다. 다른 병원도 20명대의 정원을 받았는데 서울아산병원 내과 지원이 가장 많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최고 경쟁률은 재활의학과로 5명 모집에 13명이 지원해 2.6: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형외과도 4명 모집에 7명이 지원해 1.75:1의 경쟁률이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과목별로 양극화가 뚜렷한 모양새다. 빅5 병원은 모자병원 협약을 맺어 자병원 전공의를 함께 모집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미달된 과가 많았다.
 
과별 편차가 가장 큰 것은 가톨릭의료원으로, 3:1을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 있는 반면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등 지원자가 전무한 과도 다수였다.
 
인기과인 내과도 44명 모집에 37명이 지원해 빅5 병원 중 유일하게 내과 충원에 실패했다. 외과 또한 14명 모집에 5명이 지원해 빅5 가운데 미달 폭이 가장 컸다.
 
소아청소년과는 5개 병원 모두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서울병원 전체 전문과목 중 유일한 '미달'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빅5 병원 소아청소년과는 대부분 3~4명의 전공의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미달로 기록됐지만 16명 모집에 14명을 채워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다.
 
빅5 병원서는 흉부외과보다 소청과 더 악화

지방 병원에서 맥을 못 춘 흉부외과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경쟁을 기록했다. 빅5만 놓고 보면 소청과보다 흉부외과 상황이 나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서울대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청과와 함께 가정의학과, 핵의학과가 미달됐다.
 
세브란스는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이 미달됐고 핵의학과가 유일하게 지원자를 받지 못했다. 핵의학과의 경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만 지원자가 나왔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로 발견됐다. 일례로 고대안암병원은 내과 모집정원 10명을 채우고 안과와 재활의학과는 2: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길병원은 피부과와 영상의학과가 2: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비뇨의학과 등에서는 역시 지원자가 없었다.
 
이처럼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련기간 축소를 고민했던 전공과들의 향후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현재 수련기간 3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예방의학과, 결핵과 등이다. 내과와 외과는 비교적 최근인 2017년과 2019년부터 3년제 전환을 시작했다.
 
첫 3년차 전문의 배출 내과, ‘정원미달’ 문제 해결
 
올해 첫 3년차 전문의를 배출한 내과의 경우 현장의 인력 공백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미달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데일리메디가 집계한 올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의 내과 실적을 보면 대부분의 병원에서 정원을 채워 마감했거나 경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주대병원과 인하대병원을 비롯해 지역에서도 충북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전남대병원, 단국대병원 등을 제외하면 내과는 대부분 모집 정원을 충족했다.
 
오는 2022년 3년제 수련 전문의를 처음 배출하는 외과의 경우 내과에 비해 미달된 병원 숫자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과 한림대성심병원, 건국대병원, 부산백병원, 충남대병원, 원광대병원, 영남대병원 등이 충원에 실패했다.
 
하지만 중앙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단국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정원을 채우거나 경쟁을 기록한 병원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는 이처럼 3년제 수련이 늘면서 기존 3년제를 운영하고 있던 가정의학과의 지원자가 줄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가정의학과 인기가 많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내과가 경쟁을 기록하고 가정의학과는 미달됐다”며 “같은 3년제를 운영하는 내과 쪽이 더 선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1년차를 모집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한림대성심병원과 강북삼성병원을 비롯해 부산백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몇 안되는 곳만이 정원을 채웠고 그 외 다수 병원이 미달됐다.
 
올해 유난히 정원을 채우지 못한 병원이 속출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지난해 3년제 전환에 대한 고민을 한 바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3년제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은백린 이사장은 “인력 공백에 대한 보완 없이 섣부른 전환을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도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모집에서 미달을 넘어 지원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병원이 다수 발생한 이상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련 과정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 만큼 반드시 3년제 전환이 답이 될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미달 병원이 다수 쏟아진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 또한 3년제 전환에 대한 고민은 했었지만, 당분간은 4년제를 유지하기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은 “분과전문의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고 나서야 3년제 체제 운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한비뇨의학회 또한 내부 공청회 결과 회원 다수가 수련기간 단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전공의 근무 시간이 주 80시간으로 한정돼 있는데 수련기간까지 줄이면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당시 이규성 회장은 “전공의 교육을 통해 술기를 배울 시간도 필요할 뿐더러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성급한 3년제 전환보다 교육과정 재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양극화 현상 속에 어떤 타개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해진 박정연 기자 (hjhan@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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