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바야흐로 전문병원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9개 질환, 9개 진료과목에 대해 총 99개 의료기관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했다. 2011년 11월부터 3년 간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부 병원들은 전문병원 지정 기준에 충족하고자 막대한 비용과 시간, 인력 등을 투자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처럼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회복과 중소병원 경쟁력 상승 등의 기대를 안고 시작된 전문병원 제도. 도입 반년이 흐른 지금 정부와 의료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흘러가고 있는지, 안착할 수 있을지 데일리메디가 집중 분석해봤다.
지난 해 11월 전문병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전문병원 제도 도입을 위해 여러 차례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2009년 1월 의료법 개정 등을 거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병원 분야에서는 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등 9개 질환·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신경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 9개 진료과목, 한방병원 분야에서는 2개 질환ㆍ1개 진료과목별로 신청 받은 결과 99개 의료기관이 선정됐다.
지정기관 가운데 질환별로는 관절 10개, 뇌혈관 1개, 대장항문 4개, 수지접합 6개, 심장 1개, 알코올 6개, 유방 1개, 척추 17개, 화상 3개이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 13개, 소아청소년과 2개, 신경과 1개, 신경외과 1개, 안과 8개, 외과 2개, 이비인후과 2개, 재활의학과 10개, 정형외과 4개다. 한방병원 분야는 질환별로 한방중풍 5개, 한방척추 2개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지역이 27개 기관으로 가장 많으며 경기 15개, 부산 12개, 대구 11개, 인천과 광주 각각 7개, 경남 4개, 대전·충북·전북·전남·경북 2개, 강원·충남·제주 1개 등의 순이다. 이들은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및 병상 등의 지정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를 받았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재차 거치는 등 엄격한 절차를 통해 지정받았다.
● 전문병원 99개뿐? 과장광고 단속 ‘첫 걸음’
“전문병원이 전국적으로 99개뿐인가요? 대학병원 아닌 이상 대부분 ‘전문병원’으로 홍보하니 국가에서 별도로 지정한 줄 몰랐어요.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 맞는지 이제부터 반드시 확인해 봐야겠네요.”-척추관절병원
방문한 환자 A씨
제도 시작 후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공식 전문병원은 99개뿐이지만 이처럼 혼란을 초래할 만큼 전문 및 특화를 지향하는 병원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만의 특장점이 부각되지 않아 전문병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에서는 이른바 ‘짝퉁 전문병원’을 걸러내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시도했다.
전문병원 지정 후 올 3월까지 충분한 계도기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전문병원이라는 표현이 남발돼 지난 4~5월 전국보건소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단속이 시작됐다.
한 척추 전문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홍보를 위해 ‘전문’ 타이틀을 쓰던 때다 보니 대중들이 진짜와 혼돈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재하지 않는다면 전문병원 지정을 받은 의미가 없을 정도”라면서 “의료법 개정 등을 거쳐 엄연한 불법이 되자 어느 정도는 정리가 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8월부터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 주요 포털 사이트, 방송사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는 의료광고의 경우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 난무하는 허위ㆍ과장 의료광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소 등을 통해 단속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계도가 된 듯하다. 실제적으로 행정처분까지 하게 될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확대,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전문’ 문구나 허위·과장 의료광고들이 심의를 통해 한 번 걸러지게 돼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