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도 감탄 차원 달랐던 'K-방역'···이정도면 '훈장감'
드라이브스루 등 창의적 아이디어 귀감, 팬데믹 속 의료진들 희생·헌신
2020.07.03 11:3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기획 3] 지난 2015, 원내 대규모 감염병 전파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국내 병원들은 중동으로부터 넘어온 메르스에 속절없이 당했다.
 
메르스의 전파력이 코로나19에 비해 강하지 않아 사회 전체에 미쳤던 파급력은 지금에 비해 크지 않았지만 병원들은 초유의 사태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병원들의 대응은 5년 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자산과 함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로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방역 능력을 보여줬다.
 
20201,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병원들은 내심 5년간 착실히 준비해온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병원들은 조금이라도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으면 신속하게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9번 확진자가 나왔던 고대안암병원의 경우다. 29번 환자는 215일 오전 심장 통증으로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이 환자는 발열 및 호흡기 증상 등이 없었고 해외여행 이력도 없어 선별진료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병원측은 엑스레이 검사 결과 폐렴 증상이 보이자 곧바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양성이었고 고대안암병원은 방역을 위해 일시적으로 폐쇄됐지만 의료진의 빠른 대처로 접촉자를 최소화했던 덕분에 대규모 원내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병원들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선별진료소 운영, 면회 제한 조치 등을 통해 감염자들을 조기 발견하고 원내감염을 방지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월 중순 무렵에는 며칠간 국내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며 조기 진압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져갔다.
 
그러나 예상보다 코로나19는 더 위험한 상대였다. 치명률은 메르스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무증상 감염 기간 동안의 전파라는 변수로 인해 확산을 막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코로나19는 조용히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2월 말 대구에서 발생한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선별진료소 운영에도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기지를 발휘했던 것도 역시 병원의 의료진들이었다. 2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도입됐다.
 
기존 선별진료소는 한 명을 검사한 후 감염 예방을 위해 진료실을 소독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한 명을 검사하는 데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등 대규모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에 선별진료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드라이브스루를 선별진료에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주인공은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이었다.
 
김 과장은 생물테러가 발생했을 때 약품을 배분하는 방식을 선별진료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생물테러가 일어났을 때는 오염 우려가 있는 외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하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차를 몰고 온 시민에게 약품을 전달하는데 이를 선별진료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김진용 과장의 아이디어 제안으로 대규모 감염자가 쏟아져 나온 대구시에 위치한 칠곡경북대병원에 처음 도입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이후 전국으로 확대 시행돼 감염자들을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에는 H+양지병원에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가 역시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 공중전화 부스 형태의 검사소 너머에서 의료진은 팔만 내밀어 환자의 검취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검사 속도를 높이고 의료진의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적극적인 검사로 인해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증상의 중증도 여부와 관계없이 입원격리치료가 필수였기 때문에 단기간에 환자가 급증하자 병상이 부족해지고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일부 확진자들은 입원할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대기 중 사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의료체계 붕괴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진들은 또 다른 모델을 제시했다. 바로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다.
 
코로나19 특성상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무증상 및 경증환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위한 격리 시설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32일 코로나19 경증환자 160명이 최초로 대구시 소재 생활치료센터에 입소를 시작으로 전국에 다수의 생활치료센터가 마련되면서 의료기관들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처럼 의료진들의 과감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병원들에게 방역 노하우를 문의하는 해외 병원 및 기관들의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병원들이 코로나19 대응으로 바쁜 와중에도 영상회의 등을 통해 해외에 K-방역을 적극 전수 했다.
 
이전까지 BTS와 기생충 등 문화 콘텐츠가 한류 열풍을 이끌었다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는 병원들이 K-방역으로 전세계를 주목시킨 셈이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뛰어난 전술·전략 만으로는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 그러한 전술·전략을 용감하고 훌륭하게 실전에서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정신력도 필수적이다.
 
특히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전국 각지 공공의료원 등 감염병 전담병원에 지정된 병원들의 경우는 기존 입원 환자들을 전원시키면서까지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봤다. 말 그대로 코로나19와 전면전도 불사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의 전쟁 속에서 병원과 의료진들은 지난 5년간 준비해온 기본에 충실하는 동시에 위기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전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번뜩이는 전술을 구사해 대응했다.
 
전쟁 와중에 불가피하게 입게 되는 상처에도, 때로는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극한의 순간에도 적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들 덕분에우리는 최악의 사태를 면할 수 있었다.
 
정부는 전쟁 영웅들에게, 수출 역군들에게 나라를 지키고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수여하곤 한다.
 
병원과 의료진들에겐 어떤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적(敵)에 맞서 말 그대로 온몸을 던져 나라와 국민들을 지켜낸 이들에겐 덕분에라는 말만으로 진정 충분한 것일까.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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