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 A원장은 최근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등기우편을 받았다. 해당 법무법인은 글씨체(폰트) 제작업체가 의뢰한 법률대리인이었다. 법무법인은 “A원장이 운영 중인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해당 업체에서 만든 폰트가 사용됐다”며 "저작권자인 폰트업체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 B원장도 같은 폰트 제작업체 법률대리인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의원 간판에 쓰인 폰트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내용이었다. 법률 대리인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라이센스를 등록하고 비용을 지불하라”고 전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몇 폰트 제작업체가 개원가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관련 내용을 담은 경고장을 송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들의 민원을 접한 대한의원협회는 “폰트가 사용된 간판이나 홈페이지 제작을 외주업체에 맡긴 경우 의료기관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선 판례에 따르면 직접 폰트 프로그램, 혹은 파일을 컴퓨터에 설치해 이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다.
외주업체에 제작을 맡긴 A, B원장 또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원협회는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의뢰자는 폰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결과물인 이미지 등 만을 사용했으므로 폰트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원협회 “이번엔 의료계 타깃”
의원협회는 또 “해당 업체는 앞서 어린이집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경고장을 수 차례 발송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중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같이 소규모 기관은 법률문제에 익숙하지 않고 법률비용이 부담이 돼 100~300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폰트업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등 교육기관들을 훑고 지나간 후에 이제는 의료기관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협회는 업체들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회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송한승 회장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외에도 부당하게 라이선스 구매를 강요한 경우에는 공갈협박, 업무방해 등의 형사고소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법무법인으로부터 경고장 등의 내용증명을 받고 민사소송, 형사고소 등이 언급될 경우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공동소송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어 “시시비비를 따지거나 다투기 보다는 일정 금액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고, 개별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의원협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