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김포시가 경희대학교와 부속병원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하자 경희대의료원 측이 “최종 확정된 바는 아니다”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경희대 제 3병원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지난 6월30일 브리핑을 통해 “경희대학교와 의과, 한의과, 치과를 포함한 경희대의료원을 유치했다”며 “의료원 측으로부터 신병원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포시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경희대의료원은 다소 조심스런 입장이다.
김포시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협의를 이끌어내야 할 사안들이 많은 만큼 ‘무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희대의료원 관계자는 “제 3병원 설립을 위해 이제 실무자들이 논의를 시작하자고 결정한 단계로 사업 추진의 기본 단계인 업무협약(MOU)조차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시장도 언급했듯이 아직 대학 이사회 결정과 유관기관 인허가 등의 절차가 남은 상황으로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경희대의료원은 용인시와 함께 ‘용인경희병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나 최종적으로 사업은 백지화됐다.
당시 경희대와 용인시는 MOU를 체결하며 구체적인 착공 계획까지 내놨다. 당초 계획은 2011년 700병상 규모의 병원시설을 완공하는 것이었지만 무산됐다. 건립비 등 각종 재원 마련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당시 전체 공사비 2900억원 가운데 300억원 가량이 투입되면서 기초 골조공사까지 마무리했지만, 이후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이 밖에도 세금 문제와 건립 부지 확장 과정에서 도시계획시설을 변경하는 등 예상치 못한 난관이 돌출하면서 결국 지난 2015년 용인시는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경희 용인병원’ 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사업과 관련한 비용 등 시와 병원의 세부적인 협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시가 발표한 제 3병원 부지인 ‘풍무지구’는 현재 대학부지 허가를 받은 상태다. 학교나 병원시설을 설립하기 위한 인허가 과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사업의 세부적인 사안에서 병원과 시의 역할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러 지자체가 경희대학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만큼, 김포시가 사업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이 많아지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김포 부지는 앞서 두 차례 공모가 불발된 적이 있다”며 “그런데 경희대학교 제 3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지자체들은 많다. 김포에 들어서려면 그만큼 시의 역할이 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포 제 3병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용인 병원’ 때보다는 병원측 의지가 강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김기택 경희대의료원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제 3병원 건립 의지를 확고하게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대형병원 상징인 수입 1조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국내 제 3병원 건립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료원장은 산하 7개 병원이 단일의료원 체재로 개편된 후 경희대의료원의 첫 수장을 맡고 있다.
이전보다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경희대 이사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김기택 원장이 공언한 만큼 이번에는 ‘제 3병원’ 설립사업이 끝까지 힘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김기택 의료원장을 포함해 의료원에선 당연히 신병원 설립에 대한 의지가 크다. 올해 안에는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포시 브리핑이 발표된 후 일부에서 의료원이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다는 보도가 많이 있었는데, 김포시와 협의를 잘 이어가보려는 의지가 있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