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과제 '간호인력 수급·처우 개선'
'팬데믹 상황서 가장 큰 역할하며 희생했지만 아픈 현실 압축적으로 드러내'
2020.05.13 06:2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환자 간호 외에 기타 업무들까지 떠맡아야 하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부족한 인력. 간호계가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가 압축적으로 나타난 것이 이번 코로나19 대응 현장이었다는 것이 간호사들의 증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들 중 하나가 바로 간호사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인 2020년,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 공포 속에서 간호사들은 환자 간호를 위해 수개월 간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계에서는 간호사들을 전사로 치켜세우고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는 5월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좌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간호사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코로나19 거점병원인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업무를 총괄한 조하숙 계명대동산병원 간호부장은 “단기간에 코로나19 환자들을 받기 위한 병상 수를 급격히 늘리면서 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파견인력도 경력이 부족한 경우들이 많아 막상 중환자실에 투입이 어려웠다”고 특히 숙련된 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화된 것일 뿐 늘 상존해왔던 문제라는 것이 좌담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강동성심병원 고지연 간호사는 “마땅한 다른 사람이 없으니 너네가 하라는 식으로 간호사들이 (기본 업무 외에) 갖은 일들을 다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환자 간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학생 실습 교육이 실제 현장과 괴리가 크다보니 간호사들이 취직 후 어려움을 겪고 금방 그만두게 된다"며 "결국 이로 인해 남은 인력들에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있어왔다”고 교육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전문가들 "양적·질적 제고와 함께 장기근속 여건 마련 필수" 한 목소리
 

이처럼 해결이 쉽지 않은 간호계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18년 발표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보완 및 수정하며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을 피력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인력TF팀장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체계적 대응을 해나가려 하고 있다”며 “결국 간호인력 문제는 의료이용량, 의료체계, 기관부터 다른 의료인력과의 업무 (분장) 문제 등도 엮여있어 큰 틀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 인력의 경우 양적으로 공급확대를 하게 되면서 간호대 교육에 대한 부분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한 신규 간호사들의 퇴직과 이에 따른 숙련 간호사들의 업무 로딩 가중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결국 간호사들이 장기근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면허 간호사 대비 임상 간호사 비율은 약 50% 가량으로 70% 수준에 육박하는 OECD 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결국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인데 해결을 위해서는 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신 연구원의 주장이다.
 

신영석 연구원은 “간호사들을 고용하는 기관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야한다”며 “유일하게 간호수가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입원료 내에 간호관리료인데 현재 입원료 중 간호관리료 비율은 25%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를 정상화하면 병원 수익 확충이 가능해지고 병원이 간호 인력을 더 채용하게 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민경 간호협회 전문위원은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인 고민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면허 대비 활동 간호사 수는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증가율은 1위”라며 “단순히 공급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어떤 파트에 어느 정도의 간호사가 필요할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통해 간호사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인력을 급성기 병상 병원들 중 실제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기관에 우선적으로 충원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통해 간호 인력의 효율적 배분과 함께 과잉 병상의 자연스러운 정리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531개의 급성기 병상 병원 중에 실제 2차 의료기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곳이 340여 개 정도”라며 “해당 병원들을 중심으로 간호 인력 배치 기준을 과감히 높이는 방식을 간호사 처우 개선 문제와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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