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고에도 1만6000명 전공의들 '의사가운' 벗었다
전국 42개 병원에서 성명서 낭독 후 '화이트 코트 오프' 진행
2020.08.23 21: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강애리·신지호기자] 전국 1만6000명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지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 상황 악화로 다급해진 정부가 정책 추진 ‘유보’와 함께 ‘면허정지’까지 경고했지만 젊은 의사들의 투쟁 열기를 꺽지는 못했다.
 
23일 오전 전국 40여 개 병원 전공의들이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화이트 코트 오프’ 의식을 가졌다. 이들은 의사 상징인 흰 가운을 벗고 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23일 성명서를 낭독하고 자신들의 상징인 가운을 벗으며 파업에 돌입했다.
 
21일 4년차 전공의·인턴, 22일 3년차 전공의에 이어 이날 1,2년차 전공의까지 업무 중단에 동참하면서 일부필수의료과 전공의를 제외한 모든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게 됐다. 
 
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건국대병원 등 서울 소재 17개 병원에서 진행됐다.
 
이 외에도 부산·울산·경남 9개, 경기 5개, 대전·충청 4개, 광주·전라 3개, 대구·경북 2개, 강원 2개 병원 등에서도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벗었다.
 
김중엽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는 이날 서울대병원 내 대한의원 앞 분수대에서 있었던 화이트 코트 오프 의식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기치로 태어난 정부가 하루빨리 불통의 장막을 걷고 전면 재논의를 수용하길 바란다”며 “현재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의료정책을 의료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재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 우리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다시 정성껏 환자들을 진료하고 학문에 매진하겠다. 환자, 동료 의료진, 선배 의사 선생님들의 넓은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진료 현장의 혼란이 우려됐지만 파업 첫날인데다 외래 환자 등이 없는 일요일인 관계로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교수와 전임의들이 응급, 중환자, 분만, 투석 등 필수의료부터 코로나19 관련 업무까지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무난하게 대체했다.
 
김중엽 대표는 “우리 병원은 파업 참여율이 80% 정도이지만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필수 의료인력은 남겨 뒀다”며 “특히 중환자실, 선별진료소는 문제없이 운영되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서민국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표는 “우리 병원 산하 8개 병원에서 파업 참여율이 99.2%에 달한다”며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도 환자들을 지켜줄 교수님과 전임의 선생님들이 있어 파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고 파업을 시작했다. 상자 안 벗어놓은 가운이 수북이 쌓여있다.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하고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에게 법적 조취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서는 전공의 대표들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22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책 추진 보류 제안과 함께 파업 강행 시 법적 조치 등이 있을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박능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전공의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것이 전공의 대표들의 설명이다.
 
김중엽 대표는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며 “의대생들은 국시까지 불참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우리도 끝까지 싸워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현 건국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 역시 “정부의 일방적 입장 발표가 오히려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진 여론이 악화되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라며 “앞서서는 대화를 요청하더니 이번에는 강압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의료정책에 무조건적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의료정책을 만들 때 환자 및 국민들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애리, 신지호 기자 (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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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시민 08.25 09:08
    현정부가 불통이라 많이 힘들거예요. 전문가의견은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생각합니다. 예전같으면 밥그릇인가 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불통을 실감하고 있어요-- 힘내세요. 그리고 불통을 소통으로 만드세요. 지지합니다
  • 명분싸움 08.24 17:22
    명분 싸움에서 지고, 어제 약속한 코로나 지원에도 대전협에서 컨트롤해서 지원도 안되고,

    대체 ㅡㅡ 명분 좀 쌓아요
  • 홍상아줌마 08.23 22:15
    얼마나허무함과자괴감을는꼈을까  마음이아프다 끝까지 힘내세요 지지합니다
  • 08.23 23:26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