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아덴만의 영웅’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각인됐던 권역외상센터가 좀처럼 의사 구인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연간 수 백억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돈을 받으려는 의사는 없는 상황이다. 당직‧응급상황 등 높은 근무 강도에 대한 기피현상 탓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에 채용돼 있는 중증외상 전담전문의는 186명으로, 정상적 인력기준인 4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인건비 지원을 위한 책정한 당초 예산편성 인원인 271명에 비해서도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권역외상센터는 상시 중증외상환자 응급진료를 위해 4개 이상 외상팀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개소 4년 후에는 28명의 전담전문의를 확보토록 하고 있다.
1차년도에 7명, 2차년도 14명, 3차년도 19명, 4차년도 24명 등 개소 후 4년이 된 시점에서는 전담전문의 28명을 확보해야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차별 전담전문의 수를 충족시키는 권역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을지대병원이 6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어 단국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안동병원 등도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20명의 전담전문의를 확보하고 있는 부산대병원과 아주대병원(19명), 가천대길병원(15명), 원광대병원(15명) 등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차별 충원기준 60%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예산편성 인원에 부합하는 센터도 부산대병원과 아주대병원, 원광대병원 등 3곳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전문의 채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1인당 인건비 지원을 2017년 1억2000만원에서 2018년 1억4400만원으로 인상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2019년의 경우 전체 예산 389억6640만원을 책정했지만 이 중 281억6400만원이 집행됐을 뿐이다. 나머지는 주고 싶어도 받을 사람이 없어 못줬다는 얘기다.
권역외상센터들이 전담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는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 중 외상환자 진료를 지원하는 지원전문의를 둘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원전문의가 권역외상센터 전담 당직근무 명령을 받을 경우 당직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고, 실제 각 센터들은 부족한 전담전문의를 보충하기 위해 이 제도를 다수 활용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전담전문의 인력난 해소책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실제 감사원이 권역외상센터의 전담전문의 및 지원전문의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7개 센터에서 당직근무 위반을 적발했고, 복지부는 이들 기관으로부터 당직비 9억6200만원을 환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