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사들의 근로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결성된 병원별 독립노조의 생존권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종주단체를 중심으로 한 의사노조가 새롭게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주인숙 중앙보훈병원 전문의 노조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 회관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최근 의사는 '사용자'에서 '노동자' 위치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며 "노조 가입을 희망하는 의사들은 늘고 있지만 현재 독립노조 형태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중앙보훈병원 전문의 노조는 지난 2018년 설립됐다. 국내 의사노조로는 동남권원자력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됐다. 현재 보훈병원 산하 6개 병원에서 총 500병의 조합원이 소속됐다.
원내 의사회가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독립노조로 전환하면서 설립됐다. 당시 의사들이 노조단체에 가입하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었고, 또 노조단체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정으로 독립노조를 결성한지 2년, 주인숙 위원장은 "종주단체가 주도하지 않는 사정 등으로 여러가지 한계점에 봉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가장 큰 문제점은 협상기술이나 힘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협상 대상자로서 '약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 활동의 전임자가 없는 것도 힘을 모으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협상 전략이나 노조 지침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며, 파업이나 선동과 같은 강경행동에 나설 때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 주 위원장의 얘기다.
주 위원장은 "의사들의 진료권과 안전한 근로환경을 위해선 노조 설립을 미루기보다는 독립노조라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병원의사협의회나 대한의사협회가 중심이 돼 전국적으로 단결할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간단계에선 기존 노조연맹 도움이 불가피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전국적 의사노조'가 자체적으로 충분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기존 의협이 의사노조로 전환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노조연합, 11월 설립 예정···"협상권 확보 가장 중요"
한편 대학병원 소속 교수가 대상인 의과대학 교수노조는 오는 11월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권성택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에 따르면 (가칭)'전국의과대학교수 노조연합'은 오는 11월 21일 설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권 회장은 "의과대학 정원 확충 등 의료와 연관된 교육정책에 대처하기 위한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우선은 단위노조 형태로 설립된다"고 밝혔다.
다만 설립 이후 협상권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과제다.
그는 "이름 뿐인 단체가 되지 않기 위해선 협상권 확보가 중요하다"며 "의대교수 노조가 의료정책, 교육정책 모든 분야에서 협상대상자로서의 지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