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 손실보상, 이대로는 '곤란'
정부 1조4000억원 풀었지만 병·의원 80% 재정적 문제 겪어
2020.07.07 11: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정부의 손실보상 시스템 미비와 원활하지 못한 운영으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포함한 다수의 병·의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금년 2월 중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 여부를 확인하고 보상 여부, 보상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을 통해 위원을 추천받아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손실보상심의위원회는 의료기관이 입은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심의·의결에 따라 지난 4월 9일 1차로 감염병 전담병원 68개를 포함한 146개 병원에 보상금 1020억원을 지급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당장 운영이 어려운 병원급 의료기관의 고충을 시급히 해소하기 위해 손실보상금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잠정적으로 산정한 손실의 일부를 미리 보상하는 개산급 형태로 지급했다.


병상확보지시를 받거나 폐쇄, 업무 정지된 병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이 됐는데 개산급은 기관당 6.9억원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억원 이하(47개) 32.2%, 1억 초과∼5억 원 이하(37개) 25.3%, 5억 초과∼10억 원 이하(24개) 16.4%, 10억 초과∼30억 원 이하(32개) 21.9%, 30억 초과∼50억 원 이하(5개) 3.4%, 50억 원 초과(1개) 0.7%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병·의원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6월에 지급할 예정이었던 2차 손실 보상금을 5월 말로 앞당겨 지급했다.


5월 29일 2차 개산급 1308억원은 감염병 전담병원 66곳에 지급됐는데 기관당 19.8억원 수준으로 1차에 비해 상향됐다.


범위 또한 1차 손실보상액은 '빈 병상 손실분'에 한정했으나 2차는 '환자치료 병상에서 발생한 손실분'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6월 중 3차 개산급을 지원할 예정이다.


임태환 손실보상심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법과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이 입은 손실을 최대한 보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가올 제2, 제3의 코로나19 발생 시 의료진들이 자발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의료봉사에 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신종플루와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정부의 손실보상에 인색한 표리부동한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적절한 손실보상이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중·장기화로 인한 의료기관의 피해가 크고, 그 피해가 2021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한 만큼 예상되는 2021년도 수가협상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의료계의 손실에 대한 특별하고 파격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의료계의 탐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기관을 유지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국민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병‧의원 대부분 자체 자금으로 인건비 지급 못하는 어려운 상황 직면


이 같은 정부의 지원에도 많은 병·의원이 재정적 이유로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는 지난 5월 6일부터 8일까지 선별진료소나 국민안심병원을 운영 중인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15곳의 환자 감소에 따른 의료수입 변화와 향후 자금 조달 계획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5.7%가 5월부터 7월 사이에 인건비 지급 능력이 부족하거나 없어 자금 조달이 용이치 않을 경우 인건비 지급을 미루거나 분할지급, 삭감, 반납, 유·무급휴가 시행 등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없다고 회신한 병원 51곳 중에서 27곳은 대출을 통해 인건비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응답 병원 10곳 중 8곳이 자체 자금으로는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한병원협회에서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96곳, 병원급 의료기관 26곳 등 142곳의 환자 수와 수익 변동 상황을 조사한 결과 3월 이후 급격한 환자 감소 추세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던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4월에도 여전히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월과 비교한 외래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이 15.7% 줄어든 것을 비롯, 종합병원 19.3%, 병원급 29.6%의 감소 폭을 보였으며 입원환자의 경우도 종별로 각각 14.5%(상급종합병원), 19.6%(종합병원), 25.2%(병원) 감소로 엇비슷했다.
 
이 같은 환자 감소추세는 4월에도 계속됐는데 작년 4월과 비교해 외래환자는 16.2%(상급종합병원), 23.8%(종합병원), 30.5%(병원) 줄어들었으며 입원도 12.7%(상급종합병원), 21.4%(종합병원), 32.3%(병원)의 환자감소율을 보였다.


전담병원으로 전환 운영한 병원들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지난 5월 13일 기준 각 지방자치단체와 병원 등에 따르면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현재까지 7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손실 보상을 받기 위해 전반적으로 파악한 서류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지만 복지부에서 지원 항목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달 직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또한 지난 3월 수익이 같은 해 1월에 비해 51억원 감소했는데 중수본에서 35억원을 지급받아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4~5월 손실보상금은 정부가 2차 지원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마련할 방도가 없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병원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환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올 4월의 경우 외래와 입원환자가 각각 17.8%, 13.5% 감소해 작년보다 외래는 15.1%, 입원 4.9%의 수입이 줄었는데 특히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감염병 전담병원은 환자 수와 진료 수입이 각각 94.9%, 96.6%까지 감소하는 피해를 보았다고 보고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정부는 의료기관 손실보상 지원 등으로 1조 4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풀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피해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국 병원들이 선지급 진료비나 메디칼론, 융자지원과 인건비 등 지출 비용을 최대한 아껴 근근이 버텨 왔으나 자금난은 나아지지 않아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 마련이 절실하다”라고 전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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