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부화에 시설 열악 '대형병원 선별진료소'
대기 1시간 걸리고 의심증상자까지 몰려, 전신보호복 착용 근무 육체적으로 힘들어
2020.03.09 05: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박정연 기자]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검사를 원하는 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선별진료소 업무에 비상이 걸렸다.

검사 물량이 많아 6시간이 아닌 2일 뒤에 검사 결과가 나오고, 검체 채취를 위해 1인당 1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데일리메디는 대형병원 선별진료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이대목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대목동병원 선별진료소는 정문의 오른편에 컨테이너와 천막 형태로 마련돼 있었다. 접수실과 대기실, 수납실은 천막으로, 진료 및 검사실은 컨테이너로 구성됐다.

야외에 임시로 마련된 공간인 만큼 시설이 훼손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강한 바람으로 접수실 천막 일부가 손상됐다. 이에 시설팀 직원들이 망치와 못을 들고 급히 수리하기도 했다.


검사실 내에서 검체 채취에 응하는 의사 외 인력들은 매서운 바람 속에서 얇은 가운에 마스크를 낀 채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천막 하나 당 난로가 하나씩 배치돼 있었지만 바로 옆에 서지 않는 이상 추위는 여전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접수실에서 문진표를 받아 작성, 제출하고 대기실에 1시간 가량 대기해야 했다.

문진표를 살펴보니 해외여행 내역 및 대구지역 방문내역, 은평성모병원 방문내역, 확진자 접촉 여부와 더불어 다양한 증상을 체크하도록 돼있다. 증상란에는 발열, 기침, 후두부통증, 가래가 주요 증상으로 표시돼 있었다.

역학적 내역인 코로나19 위험 지역 방문 및 확진자 접촉에 해당되지 않으면 검사비를 개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발열, 기침, 후두부통증 등 전형적인 코로나19 증상이 있더라도 의사 소견에 따라 원인 미상 폐렴인 경우가 아니면 검사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검사비는 최소 12만원에서 18만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단순 기침, 열이 있어 막연한 불안감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을 지양해달라”고 당부하며 이 같은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비싼 검사 비용에도 불구하고 의심 증상만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는 선별진료소 업무가 가중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현장 의료진은 “언론에 발표된 바와 같이 6시간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사람 분량의 검사만 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검사 물량이 많아 24시간 검사를 돌려도 2일 뒤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비싼 검사비와 열악한 시설에 일부 환자들 항의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고충은 이 뿐만 아니다.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검사 비용과 열악한 시설 등으로 인한 환자 민원을 소화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최근 대구의료원에서는 비싼 검사 비용과 코로나19 관련 진료 절차를 이유로 의료진과 환자 간 고성이 오갔다.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전날 욕실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는데 열이 있어 코로나19 검사를 거쳐야만 진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료진이 설명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17만원이라는 코로나19 검사 비용에 부담감을 느낀 환자가 이에 항의했고 한바탕 실랑이기 벌어진 것이다.

당시 선별진료소에 있던 한 시민은 “비가 오는 가운데 설명하는 의료진도,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환자들도 모두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선별진료소의 열악한 시설을 이유로 의료진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환자는 검체 채취를 받기 전 천막으로 된 단체대기 공간에서 기다려야 한다.

야외에 임의로 마련된 장소인 만큼 많은 환자가 몰릴 시 여유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일부 환자들은 불쾌감을 느껴 “감염을 의심해 병원을 찾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다간 없던 병이 생길 것 같다”며 의료진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지방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만진 기기를 왜 소독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검사에 사용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분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고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료진에게는 큰 고역이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는 의료진들은 레벨D 이상 전신보호복을 입어야 한다.

전신보호복은 한번 입으면 탈착이 어려워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통풍도 잘 되지 않아 착의 5분 뒤에는 땀에 젖게 된다.

때문에 보건당국은 레벨D 개인보호구 사용 지침에서 착의 전 화장실에 가고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한다.

보호구 장착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배고파도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지침에 따르면 보호복은 최대 2시간 장착 후 2시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 휴식시간을 빌어 끼니를 겨우 해결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박성은·박정연 기자 (sage@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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