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약분업 소기 성과' 자평···의약계 반응 싸늘
제도 실시 20주년 심포지엄, '제대로된 평가 없었다' 한목소리 비판
2020.07.16 22:5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도 시행 20주년을 맞은 의약분업을 두고 보건의료서비스의 국민적 만족도 및 신뢰도가 향상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약계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지난 1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는 건보공단이 후원하고 한국보건행정학회 및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하는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의약분업의 개념이 처음 규정된 것은 1953년 약사법 도입 당시의 일이지만, 1985년 목포시에서 한 차례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후 의약계 견해차로 중단, 1987년 전국민 의료보험 시행을 앞두고 재논의됐다가 무산되는 등 수십년 간 격론이 오간 주제다.
 
1993년 한약사제도가 신설되면서 '양방 의약분업을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1998년 의약분업 실시방안을 발표했고, 수차례의 의약계간 협상 불발과 의료계 파업 등 진통을 겪은 끝에 2000년 7월 한 달의 계도 기간을 거치고 그 해 8월 1일부터 의약분업의 시대가 열렸다.
 
20년 전 의약분업 도입 당시 정부가 내걸었던 ▲의약품 오남용 예방 효과 ▲국민 의료비 절감 ▲환자에 대한 의약서비스 수준 향상 등에 대해 국민들은 체감하고 있을까. 
 
의약분업 이후 전문직 역할과 국민 인식 변화 연구결과를 발표한 건강보험연구원 이현옥 부연구위원은 "전국민건강보험제도 정착과 의약분업 실시로 환자의 알 권리가 향상, 과거에 비해 보건의료서비스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연구는 의사 7인과 약사 10인에 대한 심층면접 및 건강보험 가입자 14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의사는 ▲의약품 조제와 관리, 청구 업무 부담 감소, 관리비용 절감 ▲근거없는 투약 감소 ▲질병치료보다 예방과 검사 위주로 변화 ▲환자 불편때문에 약 사용 범위 제약 ▲복약서비스에 대한 약사 책임 증가 필요 ▲환자 권리의식 증가 등을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약사의 경우 ▲강화된 업무 강도로 혼란 경험 ▲조제와 복약지도 중요성 인식하며 전문성 강화 노력 ▲오투약에 대한 약사 책임 강화 ▲분업 이전 진단과 치료, 분업 이후 처방에 따른 공식적 관계 등을 차이점으로 짚었다.
 
이현옥 연구원은 "국민 행태 및 인식 변화 설문조사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는 것에 대해 15.1%의 응답자가 '매우 불편'및 '대체로 불편' 항목을 꼽았으며 전체 평균은 5점 척도에 3.6점"이라며 "의약분업 시스템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약사 진료행위 만족도가 2008년 3.8점에서 2020년 3.93점으로 올랐으며, 복약지도 및 정보제공 만족도 변화가 같은 기간 동안 3.5점에서 3.91점으로 높아져 과거대비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약사 대체조제에 대해서는 35.7%가 동의, 41.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연구원은 "국민들은 의약분업 이후 20년이 흐른 지금 의료기관과 약국 두 기관을 방문하는 것의 불편함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의약분업 실시로 인해 처방 투명화와 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의약분업 의미 부여하기 전에 진단부터 제대로"
 
이와 달리 의약분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정했다.
 
의약분업 논의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담당 사무관을 지냈던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당시 의약품 오남용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도가 요구됐고 의약분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자명했다"면서도 "의약분업 20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평가나 개선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재현 교수는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부족해 예외규정이 확대되는 등 약사법 규정이 왜곡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 구성 및 처방의약품 목록 제출 등 의약분업 당시의 의약정 합의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사진 左]도 "의약분업의 첫 번째 효과는 환자의 알 권리 향상이지만, 아직도 멀고 먼 길"이라고 말했다.
 
좌석훈 부회장은 "약국에 처방약이 없어 조제를 못 하는 상황이 없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약속이었지만 의료기관에서의 처방약 목록 제출의 미이행으로 인해 약국에서는 사전정보가 없어 약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 건강보험의 측면에서는 제약과 유통에서 위탁 제네릭 제품을 수없이 만들었고, 불법 CSO가 난립해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게 하는 원인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의약분업에 성과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조심스럽다. 의약분업에 추가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 제대로 된 진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혁 이사[사진 左]는 “국민들의 설문조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본 환자들은 아직도 불편해한다. 의사 집단에서도 적응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의약분업의 효과 중 하나로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들고 있지만, 의약품 오남용 결과인 내성율은 여전히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며 “정부가 분석한 다른 개선사항도 의약분업으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다른 정책의 효과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환자들은 병원과 약국을 모두 방문해야 하니 의료비 절감이라는 주장 또한 신기루이며,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지표조차 없는데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을 단정지을 수 있느냐”라며 “정확한 평가 없이 개선 방안만을 고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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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휴 07.18 11:25
    밥먹기 전 지럴염병하고들 하고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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