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0세이상 노인 5명 중 1명 ‘불면증’
서울아산병원 정석훈 교수팀 분석, '고령일수록 발병률 높아'
2020.06.23 13:5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 80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은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잠자는 도중에 깨는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화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와 정서적 소외감 등이 원인으로, 고령일수록 불면증 환자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울산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심창선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2005~2013년)을 바탕으로 불면증 환자의 연간 신규 발생률과 유병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노인의 불면증 유병률이 △60대 10.28% △70대 15.22% △80대 이상 18.21%로 집계됐다. 60세부터는 10명 중 한 명, 80세 이상은 5명 중 한 명 꼴로, 고령일수록 불면증 환자가 증가했다.
 
나머지 연령대별 불면증 유병률은 △20대 1.58% △30대 2.59% △40대 3.74% △50대 6.50%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젊은 사람에 비해 신체활동이 급격히 줄고 소화기나 호흡기, 근골격계 기능이 저하된다. 반면 소외감이나 불안감 같은 정신적 문제는 늘어난다. 이러한 요인들이 노인 불면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판단된다.

한편 전체 조사대상자 가운데 불면증을 앓고 있는 20세 이상 성인의 비율은 2005년 3.1%에서 2013년 7.2%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 새 국내 성인의 불면증 유병률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불면증 유병률이 늘어난 건 스트레스, 운동 부족, 카페인 섭취 증가 등으로 매년 신규 환자가 꾸준히 증가했고, 기존 환자도 불면증을 방치하지 않고 교육이나 수면제 처방을 받는 등 지속적인 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특히 노인의 경우 과거에는 불면증이 질환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약국에서 약을 사먹는 것으로 치료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불면증이 치매와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으로 알려지면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노인이 많아진 것으로 짐작된다.

성별 불면증 유병률을 보면 여성은 2005년 4.94%에서 2013년 7.20%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남성의 경우에도 2.79%에서 4.32%로 늘었다.

여성은 성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남성에 비해 우울증을 가진 비율이 높은데, 이러한 우울증이 여성 불면증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조사기간 내 불면증 환자 사망률은 5.7%로 불면증이 없는 일반인 사망률(3.6%) 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불면증이 사망률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노인은 신체 기능이나 면역력, 정신적인 회복도가 저하돼 있다. 불면증을 방치할 경우 새로운 질환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을 방문해 잘못된 수면습관을 교정하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제때 해소하는 게 우선이다. 비약물적인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하에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Investig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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