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코로나19 두렵다' 그럼에도 근무 의료진
현장인력 절반 이상 '감염 두려움-번아웃' 호소
2020.06.12 11:4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 종사자 절반 이상이 현재 근무지가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경기도 내 확진자를 진료하는 민간·공공 의료기관 의료진과 보건소 등 방역 담당자 총 1112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의료·방역 대응 인력의 50.1%는 자신이 일하는 공간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선별진료소 등 현장 대응 인력의 체감 안전도가 의료기관 근무자보다 낮았다.
 

또한 43.8%는 본인의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으며, 68.1%는 ‘감염으로 인해 생길 건강 영향 및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인 대상 설문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의료·방역 대응 인력이 일반인보다 약 3.53배 높게 나타났다.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장기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의료진과 방역 종사자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0~10점 척도로 물은 결과 ‘변화가 없다(0~4점)’가 47.2%, ‘나빠졌다(6~10점)’로 응답한 경우가 37.5%로 전체응답자 3분의 1을 넘어섰다.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응답자 417명은 여성이 87.1%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의료기관(공공 34.0%, 민간 24.5%)보다 선별진료소 등 현장 대응기관(41.5%)이, 직종별로는 간호사(47.7%)와 보건소 공무원(36.9%)이 높았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또한 심각했는데, 13개 문항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한 결과 16.3%가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인 것으로 나타냈다.
 

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해 제시된 문항에 의료·방역 대응 인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2.77점), ‘슬픔과 비애’(2.15점), ‘뭔가를 더 할 수 없는 좌절과 분노’(1.82점) 등의 항목 점수가 높았다.

업무로 인한 정서적 고갈 평균 점수(7점 만점)는 간호사가 3.57점으로 가장 높고, 보건소 공무원(3.47점), 기타 대응직(2.99점), 간호사 외 의료진(2.72점)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유명순 교수는 “지난 1월 20일부터 연속된 격무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는 확진자 발생 그 자체에서 상당한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유행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의료 및 방역 대응팀의 경우 업무 과중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조절되지 않고 심화될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진과 방역인력은 80% 이상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업무를 지속하겠다고 답해 책임감을 보였다.
 

응답자 중 83.4%는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한 주어진 일을 계속하겠다’고 답했고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맡은 일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자는 77.0%로 나타났다.
 

유명순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 의료인과 방역 인력은 필수 인력임과 동시에 감염위험이 높은 계층”이라며 “선제적 검사 및 치료로 국민 안전에 이바지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바이러스 노출 취약층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공동으로 의료진 및 현장대응팀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경기도는 최종 종합결과를 토대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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