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병원계, 비상경영체제 돌입
환자 급감 따른 단계별 경영악화 상황 고려 지출 축소 등 대책 마련
2020.04.23 05:4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래환자가 줄고 수익 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는 병원들이 경영 위기상황에 대비하고 나섰다.
 
22일 병원계에 따르면 백중앙의료원과 인제대학교 재단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단계별 비상경영방침을 논의했다.
 

당초 백중앙의료원은 올해 의료이익을 490억원 수준으로 가늠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발생으로 당초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1단계는 인건비 절감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단계에선 가정의달 상여와 하계휴가비 지급시기를 조정하고 당해년도 직원 승진을 보류한다. 의료원이 대학으로 보내는 전출금도 법정부담금을 제외하고 지원액이 조정된다.


2단계 상황에선 더욱 강도높은 인건비 절감과 시설투자 계획 재조정이 이뤄진다.


한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고, 필수적인 의료장비를 제외한 설비 보충과 시설 리모델링을 연기한다.


마지막 3단계는 자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단계까지 오면 외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이라 분석했다.


인제학원 재단 관계자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영악화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살펴본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으로, 구체적인 시행 여부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백중앙의료원 외에도 많은 수도권 주요병원들이 올 하반기 경영 악화 상황을 대비하고 나섰다.
 
삼성서울병원은 종식 시기를 5월·7월·12월로 나눠 예상하고 각 상황별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림대의료원의 경우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인건비를 제외한 지출을 줄이는 방침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감염을 우려한 내원객들이 줄어들면서 상반기 국내 병원들의 의료수익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 중소병원들의 외래환자는 전년 동기대비 2월 16.3%, 3월 33.8% 감소했다.
 
대형병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외래·입원환자가 10~15%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대구·경북 및 인근 지역 병원들의 감소폭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사태 이후 외래환자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일 확진자수가 줄어들면서 내원객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선 환자가 여전히 적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환자 보호자 등 병원 내원객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편의시설 등 부대수익도 크게 줄어들면서 경영악화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대구 경북 지역 병원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타지역 병원들도 20%넘게 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답답한 마음에 협회 쪽으로 민원을 넣는 병원 관계자들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병원뿐만 아니라 전 업종에서 소비가 줄어든 상황으로, 병원만을 대상으로 단순 환자 감소분에 대한 보상을 요청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협회 손실보상위원회 차원에서 최대한 많은 병원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경영악화에 대한 지원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매출감소에 대비해 병원에서 부대적인 지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병원들은 메르스 때보다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일반 기업과는 달리 인건비나 시설비용 등을 당장 줄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종료된 이후에도 당분간 윤리교육이나 경영교육과 같은 부가적인 교육비, 출장비 등 부수적인 지출을 줄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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