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쳐가는 의료진이 환자 및 보호자에게 폭행‧폭언을 당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NMC)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최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NMC 관계자는 “간호사가 지난 16일 새벽 정신질환을 앓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현재 간호사는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확진자 접촉으로 2주간 자가격리 중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간호사는 폭행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 치료 등을 진행 중이며 폭행한 환자는 현재 의료원을 퇴원하고 대구 제2미주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서귀포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도 지난 9일 야간 근무 중 40대 남성 환자에게 욕설과 위협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 날 서귀포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던 직원 또한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환자의 동행인 출입을 제한하던 중 주취자에게 폭행당했다.
당시 서귀포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환자 외 동행인을 1명으로 제한하고 있었지만 일행 3명과 함께 병원을 방문한 주취자는 해당 운영지침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노동자들은 늘어난 업무만으로도 벅찬데 환자로부터 폭언과 폭력까지 당하고 있는 매우 안타까운 있는 상황이다”며 “제주도는 최근 서귀포의료원에서 발생한 폭력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밝히며 제주도에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환자들의 위협에 시달리는 의료진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는 아시아계 의료진이 인종차별과 혐오범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내과의사의 18%, 간호사의 10%가 아시아계인데 최근 미 전역에서 이들 의료진들이 겪는 인종차별 사건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마취과에 근무하는 중국계 미국인 의사 루시 리는 “일을 마치고 병원을 나오는데 한 남성이 따라 오며 ‘너희 중국인들은 왜 모두를 죽이는 거냐’고 욕설을 쏟아냈다”며 “그나마 폭행을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온종일 취약한 환경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자신이 이런 일을 겪는 게 슬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