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長考) 끝 불복···삼성서울, '메르스 처분' 소송 결정
89일 만에 이달 초 소장 접수···'실추된 의료진 명예회복 문제'
2017.05.18 06:28 댓글쓰기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행정처분에 불복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확산 주범이라는 ‘주홍글씨’를 벗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삼성서울병원 운영주체인 삼성 생명공익재단은 지난 5월 1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월 1일 삼성서울병원에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고, 환자 불편을 감안해 806만원 과징금으로 갈음했다.

2015년 메르스 당시 역학조사관의 접촉자 명단 제출 명령을 즉각 이행하지 않는 등 의료법 59조에 따른 복지부 장관 지도·명령과 감염병예방법 18조를 위반해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는 게 이유였다.


행정처분이 내려지면서 삼성서울병원은 수 백억원에 달하는 메르스 손실 보상금을 단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복지부는 지난 2월 10일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정부 추산 손실 607억원 전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에 따르면 관련법을 어길 경우 보상금 전부나 일부를 삭감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는 89일이 걸렸다. 긴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초유의 불가항력적인 사태에 맞서 고군분투한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이 수포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행정처분을 그대로 수용하면 메르스를 확산시킨 잘못을 병원 스스로 인정한 꼴이 돼 삼성서울병원과 의료진은 불명예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매년 5월 18일, 21일이 될 때마다 메르스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라며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몇 년이 걸린다. 법원이 삼성서울병원 손을 들어주면 메르스 손실액 607억원을 보상 받을 길이 열리고 실추된 명예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라 여론의 시선이 따갑다. 복지부의 806만원 과징금 처분이 특혜의 대가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의 선택을 전해 들은 의료계는 착잡한 표정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환자를 책임지고 진료한 의료진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였다"며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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