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대한민국, 열악한 '재활의학' 반등 이뤄질까
회복기재활치료·저수가 등 고질적 문제···지정 본사업 실시로 해결 기대감
2020.05.02 05: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높아지는 노인인구 비율로 인해 초고령사회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의료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이 가운데 문재인케어로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국가 재정 부담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와 급증하는 국가 재정부담 속에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 바로 재활의학이다.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재활치료가 이뤄질 때 환자들을 조기에 지역사회로 돌려보내고 사회적 비용과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중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고 사회로 복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22.4%에 그쳤다. 입원기간은 5.6~7.8개월에 달했다.

반면 미국은 뇌졸중 환자의 사회복귀율은 67~78%로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이었고 입원기간은 30~64일로 최대 2달 정도에 불과했다.

척수질환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사회복귀율이 한국 15.3%, 미국 89%로 6배 가량 차이가 났으며 입원기간도 한국은 12~31개월인데 반해 미국은 50일~7개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는 근본적으로 재활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은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재활의료전달체계에서 허리를 담당해야 할 회복기 재활 부분이 매우 미흡한 현실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지역균형 재활의료기관 확충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재활병원 명칭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31개소로 약 5100병상 수준에 불과해 적정 회복기 재활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약 2만2000~2만9000병상이 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이하 수가 문제도 예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실제 재활치료를 위해 필요한 재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로 대학병원들도 재활의학 분야에 대한 투자해 인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대한재활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상헌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들이 재활의학과 병동을 축소하고 소아재활의학과의 경우는 아예 없애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환자의 장기간 입원시 수가에 불이익을 받게되는 입원료 체감제 역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입원료 체감제로 인한 수익성 문제로 추가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환자의 퇴원을 종용하는 사례들이 적잖게 나타나는 것이다.

입원료 수가 체감제는 환자 입원기간이 15일을 넘으면 10%, 한 달이 지날 경우 15%를 삭감하는 제도다.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막기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로는 환자들이 한 병원에서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을 수 없게 만드는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로 환자들은 소위 재활난민으로 전락해 병원 이곳 저곳을 떠돌게 됐고 결국 적절한 회복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환자들의 입원기간 증가와 사회적 비용 및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수년 전부터 대한재활의학회 등을 중심으로 왜곡돼있는 재활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피력해왔다.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18조(재활의료기관의 지정 등)을 근거로 2017년 재활의료기관 지정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재활의료기관의 필수요건 및 효과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고 50여 개의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는 2020년 2월 재활의료기관 26곳을 선정하고 최근 본 사업에 들어갔다. 열악한 우리나라 재활의료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본격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처럼 일정 기준을 충족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수가에 있어 혜택을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입원료 체감제가 미적용되며 통합재활기능평가료의 경우 중추신경계는 7만120원, 근골격계 4만4650원, 비사용증후군 6만4260원이며 재활치료료는 15분을 1단위로 하는 단위당 수가로 CatⅠ3204원, CatⅡ7188원, CatⅢ 1만6992원으로 책정됐다.

이 외에 커뮤니티케어와 연결되는 사회복귀 관련 활동 수가도 지역사회연계활동 2만2536원/4만8144원, 퇴원계획 6만9240원, 통합재활안전방문관리 7만4328원이 신설됐다.

이와 관련, 대한재활의학회 배하석 정책이사(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는 “학회 차원에서 재활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회복기병원을 강조해왔었고 일단 큰 방향은 맞게 가고 있다고 본다”며 재활의료기관 지정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단위수가제가 적용돼 치료할 수 있는 범위와 재활의학과 의사들의 재량권 등이 보장되면서 기존보다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는 것이 배 교수 설명이다.

물론 첫 술에 배가 부를 순 없다. 특히 지정된 의료기관 수가 적고 지정 기준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해 재활의료기관협의회 이상운 회장(일산중심병원 병원장)은 “기존 연구에 따르면 전국 200여 개 기관, 3만 병상 정도가 갖춰졌을 때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고 사업 규모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실제 일본은 지난 2016년 아급성기 병상을 8만 병상 수준에서 2025년 25만 병상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을 발표 했는데 이에 한국은 절대적인 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력 기준의 경우에도 수도권 외 지역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2명을 두도록 해 수도권 지역(3명)에 비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지만 지방 의료기관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회장은 “애초 기준이 높은 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기준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배하석 이사는 “기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복지부도 그런한 점을 인정하고 논의 끝에 처음에 비해서는 기준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향후 본사업을 거치면서 복지부와 논의를 통해 기준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어 “재원은 한정된 상태에서 너무 많은 병원들 대상으로 하면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 하나 검증해 나가자는 차원에서 기준을 높이고 시행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배 이사는 끝으로 “정부는 복지정책, 커뮤니티케어 등과 맞물려 있는 재활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정부와 발전적 논의를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5~10년 후에는 환자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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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jilee 05.03 15:29
    뇌졸증 등에 대해 장기입원일을 늘려야 하고

    웨어러블 로봇 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OS, NS 등 에서 적극 재활운동을 활용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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