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손위생 동작을 감지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조준영 교수와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 김남국 교수팀이 수술실 카메라를 이용해 알코올 젤 기반 의료진 손위생 동작을 감지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인공지능학회 ‘ICLR(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 2020’에 최근 온라인으로 발표됐다.
그간 병원에선 의료진 손위생을 관리하기 위해 훈련된 관찰자를 직접 수술실에 투입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인력으로 모든 의료진을 관찰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손위생 수행률은 높아도 정확한 지침을 지킨 비율은 낮아, 손위생 문화가 온전히 정착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물 대신 알코올 젤 성분의 손 세정제를 손에 비비고 수건으로 말리지 않는 것은 지침에 어긋난 행동이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AI는 수술실 카메라로 의료진 손위생을 24시간 전수 모니터링할 수 있어 유인(有人) 모니터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했다.
모니터링은 수술실에서 환자를 계속 처치하고 장비를 조작하는 마취과 의사와 수련의, 간호사 등 의료진 전반에게 요구되는 손위생 수칙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수술 집도의 등이 수술실 입장 전에 수행하는 손위생은 별도로 관리된다.
연구팀은 사람 행동을 식별하는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영상 행동 분류에 탁월한 성능을 입증한 I3D 신경망을 사용했다.
이 신경망은 4백여개 행동 영상데이터를 학습해둔 상태로, 이번 연구에서는 수술실 손위생과 관련된 동작 4가지를 추가 학습했다.
손위생 준수 동작은 ‘알코올 젤로 손 비비기’를 기준으로 했다. ‘수술 장비 만지기’, ‘장갑 끼기’, ‘장갑 벗기’ 3가지 동작은 인공지능이 손위생 준수 동작과 구분해야 할 행동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 총 7600여 장의 학습용 동영상 데이터를 획득했다.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실제 수술실에서 성능평가를 거쳤는데, 약 0.5초(16프레임/초)마다 동작평가를 수행하며 의료진 손위생 동작을 감지했다. 정확도는 68%로 확인됐다.
AI 프로그램 화면에는 의료진 모습이 광학형상으로 표현되고, 피드백도 의료진 개인이 아닌 수술실 단위로 전달된다. 의료진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최적화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미지를 광학형상으로 표현해 민감한 개인정보보호 문제까지 해결했다”며 “향후 수술실에 도입한다면 의료진이 자연스럽게 손위생 습관을 갖도록 도와, 환자 안전과 병원 내 감염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병원 의료영상지능실현연구실 김남국 교수(융합의학과)는 “감염관리뿐 아니라 환자 낙상 및 호흡상태 모니터링, 노약자 동선 분석 등 의료진이 해야 하는 다양한 비디오 모니터링을 자동화 할 수 있어, 의료진 부담이 줄어들고 의료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임에도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병원 내 다양한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