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장 선거 임박···이번엔 논란 없을지 촉각
대학 총장·의료원장 선거 이후 의대교수들 불만 누적
2020.04.24 06:11 댓글쓰기

‘또 다시’ 선거철이다. 오는 6월 치러질 연세의료원장 선거는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뿐만 아니라 내부구성원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연세의료원장 선거부터 연세대학교 총장선거까지 법인이사회가 내부 구성원의 선택과는 다른 인사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연세의료원장 선거에서 노성훈 前 연세암병원장이 정남식 前 연세의료원장보다 많은 선택을 받았지만 낙마했다.

2018년에는 1순위 후보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이 2순위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에 밀렸고, 지난해에는 이병석 병원장이 서승환 총장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음에도 법인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 했다.

이에 의과대학 교수들은 연희대학교-세브란스병원(1:1 통합) 합동 정신 아래 ‘의료원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나아가 소위 빅5 병원 중 한 곳인 연세의료원장 선거에서 의과대학 교수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이의 영향이 타 병원으로 미칠 수 있다.

연세의료원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병원은 많다. 최근 의료계 인사들은 소속 대학 총장선거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지난 해에는 장성구 대한의학회 회장이 경희대학교 개교 70년 만에 치러진 직선제 총장선거 1차 관문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했으나 법인이사회에 막혔다. 앞서 2018년에는 선경 고려대학교 교수가 전임교원 투표 1위에도 불구하고 분루를 삼켰다.

여러 병원들이 연세의료원 선거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지난해 연세대 총장선거는 켜켜이 쌓인 의료원 내부 불만에 불을 질렀다.

서승환 총장 임명 이후에도 불구하고 연세대는 선거결과를 교수들에게 공지하지 않았고, 연세의료원장 임기 변화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었다.

우선 연세대는 지난해 10월28일 총장선거 결과 서승환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임명됐다는 ‘두 줄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교수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것은 시간이 꽤 지난 후였다.

의대 A교수는 “당시 이사회가 서 총장 임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었고, 선거결과를 모르는 교수도 많았다”며 “연세대학교 구성원들 뜻을 무시한 처사이기 때문에 항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연세대가 최근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임기를 내년부터 4년으로 확정한 사안에 대해서도 교수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었기 때문에 “차기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선거조차 이사회에 휘둘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는 ‘공정성’ 문제가 거론됐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평의원회(의대 교평)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대 A교수는 “이사회가 구성원들의 뜻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의과대학 총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의대 B교수도 “구성원들 의욕을 꺾는 것은 물론,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며 “일전에도 그렇고 이사회가 교수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무시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의과대학 교수들은 법인이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이번 연세의료원장 ‘선거룰’을 확정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교수노조 설립·직선제 등 의대교수들 요구 쏟아져

의대 교평은 지난 1월 9일부터 16일까지 연세의료원 전임교원 591명(의대 565명·간호대 21명·보건대학원 5명) 등을 대상으로 ‘의료원장 및 의대학장 선출 제도, 교수복지 등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384명(65%)이 응답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원 교수의 권익을 위한 교수노조 설립에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찬성은 66.4%였다. 반대는 33.1%였고, 2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또 ‘연세의료원장 선출 방식이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교수 1인당 1표 직선제’를 지지한다는 답변이 65.9%였다.

여기에는 최근 연세대학교 총장선거를 비롯해 연세의료원장 선거에서 여론과는 다른 인물을 선택한 대학 법인이사회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연세대에서 의대 교수 중심의 교수노조 설립 움직임도 구체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특히 교수노조는 임상교수가 주축인 아주대병원 의사노조와 다르다. 각 노조에 적용되는 법·임금 및 단체협상 시 카운터파트너 등이 그렇다. 나아가 연세대 교수노조는 노조가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처우·복지 등의 사안보다 의료원 자율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의료원 처우·복지 등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우 만족·대체로 만족·보통 등 응답은 총 53.4%로,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과정에 참여한 의대 C교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교수들의 연희대학교-세브란스병원 합동정신을 위한 견제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설문조사에서 의대교수들은 학장 선출방식(의료원장과 동일한 방식 67.2%), 의료원장 및 학장 선출시 청문제도 도입(찬성 70.1%), 의료원 자율성 수호를 위한 의과대학 동창회·의료위원회 역할(잘못하고 있다

42.4%), 급여 수준 및 복지체계 만족도(보통 37%), 타병원과 비교한 근무 강도(대체로 힘들다 45.6%), 교원 미사용휴가 보상 개선 방안(급여 보상 51.6%) 등으로 답했다.

선관위 구성 및 3월까지 ‘선거룰’ 마련할 듯

사실 연세대 법인이사회가 최종후보 3인 중 1인을 임명한 것 자체는 학내 구성원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다. 다만 민주성(民主性)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해당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연세대 의대 교평은 그동안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이미 오는 6월 연세의료원장·연세대 의대학장 선출을 위한 선관위가 구성됐는데, 의대 교평은 이달 말까지 선거룰을 마련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의대 A교수는 “최근 연세의료원장·연세대 의대학장 선출을 위한 선관위가 구성됐고, 조만간 ‘선거룰’을 확정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더욱이 앞서 의대 교평이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선거룰에 어느 정도나 반영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설문조사에는 ‘교수 1인당 1표 직선제’, ‘청문제도 도입’ 등이 언급됐기 때문에 의대 교평이 연세대 법인이사회와의 협상에서 이 부분을 얼마나 관철하느냐가 관건이다.

의대 A교수는 “가장 큰 부분은 의료원장과 학장 선출을 위한 선관위가 구성됐다는 것이고, 의치보건을 막론하고 교수들이 모여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룰을 정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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