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병원들의 벤처 캐피탈(이하 VC)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술 사업화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환자에게 되돌려 주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 벤처캐피탈 투자 및 해외 병원의 벤처캐피탈 설립 현황’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진흥원은 “병원의 R&D 성과가 기술이전, 창업 등 사업화를 통해 수익화 되고 다시 R&D에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 방안 중 하나로 병원 VC 설립을 언급했다.
이미 해외 병원들은 VC를 통해 혁신 의료기술 개발과 의사들의 창업, 스타트업을 지원해 재정적 이익을 확보함은 물론 의료기술 및 제품 개발, 임상 적용 등 임상적 이익도 얻고 있다.
실제로 메이요 클리닉 및 클리브랜드 클리닉, 파트너스 헬스케어 등 연구가 활발한 미국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VC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경우 병원에서 생산되는 지적재산 상업화와 스타트업 자금 지원을 위해 1986년 자회사인 메이요 클리닉 벤처스(Mayo Clinic Ventures)를 설립했다.
이 곳을 통해 지금까지 170개 이상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및 약 6억 달러 기술이전 수입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일평균 2건의 사업화 후보기술을 접수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12개의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해 약 7000만 달러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렸다. 이는 메이요 클리닉의 영업이익 7억600만 달러의 약 10%에 달한다.
이 처럼 병원이 설립한 VC는 보유 기술 등을 상용화하고 임상 적용, 연구 및 교육에 재투자하기 위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VC와 차별화 된다.
특히 이를 통해 의료질을 제고하고 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의 경우에도 단순 재무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병원의 니즈에 기반한 필요 분야의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주로 초기단계에 투자하게 된다.
병원 수요가 있는 분야의 신속한 기술 개발을 통한 임상현장 적용을 위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진흥원은 또한 “병원이 설립한 VC는 병원과의 협업이 필수적인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에게 기존 VC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전문적 지식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VC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병원의 데이터 접근, 제품 단계별 의료진 자문, 바이오헬스 기업 간 파트너링, 인큐베이팅 시설 등 바이오헬스 분야 스타트업의 성장 지원을 위한 전문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흥원은 “우리나라는 병원 기술사업화를 위한 자회사 설립에 어려움이 있어 R&D 성과의 사업화 시 산학협력단을 활용하거나 의사 개인이 창업을 하는 등 R&D 성과의 사업화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사례와 같이 펀드 조성을 통한 기술 사업화 및 스타트업 투자는 관련 법 및 사회적 합의 등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R&D 성과를 사업화하고 수익을 재투자토록 하는 지원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