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봉직의들이 온콜(On-call) 당직으로 인한 압박감을 느끼며 온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수련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들은 입원환자 진료로 인한 업무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봉직의들의 과도한 업무 실태를 고발했다.
병의협은 “많은 봉직의들은 퇴근 이후에도 수시로 전화나 문자 연락을 받아 일을 하고, 때로는 늦은 시간에 전화 연락을 받고 다시 병원으로 가서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설문 진행 배경을 설명했다.
설문결과 응답자 803명 중 절반 가량인 47%(378명)가 온콜을 받고 있었다. 과별 비율은 외과계가 54.6%로 44.6%인 내과계에 비해 높았다.
일주일에 온콜을 받는 일수는 오히려 내과계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내과계 4.6일, 외과계 3.9일로 내과계, 외과계 모두 일주일에 절반 이상 온콜을 받고 있었으며 일 평균 온콜 횟수도 외과계 2.5, 내과계 2.3회 수준이었다.
퇴근 후 온콜로 병원에 다시 출근하는 경우도 일주일에 1회 가량(0.8)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온콜 근무에 따른 휴식 제공이나 보상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봉직의 62%는 ‘퇴근후 온콜로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56%는 온콜로 다음날 정규 근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했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일별로 일정한 금액을 받는 경우가 8%, 병원에 나갔을 때만 받는 경우가 30%인 반면 전혀 받지 못하는 봉직의들이 61%에 달했다.
실제 봉직의 10명 중 8명(81%)은 온콜 당직에 대한 보상이 노동 대비 부족하거나 부당하다고 응답했다.
병의협은 “노동계 내부에서도 온콜 당직을 시간외 근무로 볼 것인가 여부에 논란이 있지만 다른 의사의 온콜 당직은 다른 직종에서 온콜 당직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의사의 온콜 당직은 환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며 휴식 시에도 언제든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해 장거리 이동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그럼에도 온콜 당직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면 병동전담전문의나 응급실전담전문의 제도를 확대시켜 온콜 당직 자체를 없애거나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직의의 입원환자 진료로 인한 업무 과중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봉직의 중 입원환자 진료를 하는 비율은 60%였다. 입원환자 진료를 하는 봉직의 중 80%는 외래진료를 보면서 동시에 입원환자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이나 시술을 하면서 입원 환자 진료를 하는 봉직의는 10명 중 7명(71%)이었으며, 역시 비수련병원일 경우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병의협은 “수련병원이 아닌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들은 전공의나 입원전담전문의가 없어 밤낮 할 것 없이 입원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은 정규 근무 시간 중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치의가 외래진료나 수술‧시술 중인 상황에서 입원환자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낮 시간이라도 즉각 대처가 어려워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의료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환자안전과 봉직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입원환자를 전담할 인력 채용이 필요하지만 비용적인 문제로 병원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