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불투명 속 건보공단 '특사경' 향배 촉각
누수 건보재정 징수율 제고 필요성과 권한 남용 비판론 '딜레마'
2019.10.28 05: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권 확보를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이미 20대 국회에서는 물 건너갔다는 설(說)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본부와 지역본부 합작으로 그 당위성에 대한 강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누수되는 재정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인식이 크다. 여전히 되찾지 못하고 있는 3조원의 행방과 숨겨진 금액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운 문제의 답은 특사경으로 귀결된 듯 보인다.


특사경 합의점 찾기 어려운 상황 속 징수율 5.77% 불과

최근 건보공단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총 3조1368억원을 환수결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집행한 금액은 재산은닉 등을 이유로 5.77%인 1810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 속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강조한 시기는 문재인케어 시행과 맞물린다.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재정누수를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목표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7월부터는 특사경을 수면 위로 집중적으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김용익 이사장은 전문지 워크숍 자리에서 특사경과 사무장병원 척결을 동일 선상에 올렸다. 그는 “특사경을 확보하면 사무장병원을 없앨 수 있다. 보험자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꼭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말 건보공단 임직원이 사무장병원에 대해 경찰권을 갖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사경법·송기헌의원안)'이 발의됐다.


올해 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는 등 변화의 흐름이 보였지만 지난 4월 제1소위 논의에서 각종 우려와 부작용 문제가 제기돼 계류 중이다.


특히 법사위 1소위 위원 8명에 대한 완벽한 설득이 어렵고 대한의사협회에서 과도한 권한 등 오남용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20대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특사경은 건보공단이 아닌 복지부가 그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이 단 2명으로 사무장병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중위생관리법, 사회복지법 등 다양한 사건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과 특사경 도입 실무를 맡고 있는 우병욱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은 “만약 특사경법안이 통과돼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공단직원이 사무장병원을 수사할 경우 조사 기간을 대폭 낮춰 연간 1000억원 이상의 건보 재정누수 방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폐단,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의료기관 폐업-무혐의’ 연결고리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등으로 요양급여 비용이 지급 보류된 요양기관 총 751곳 중 10%에 육박하는 69곳이 폐업했다.


일련의 사무장병원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특사경 확보 시에는 무분별한 개입이 존재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분석이다.


사무장병원이 아닌 부당청구에 따른 현지조사만 들어와도 의사들이 받는 압박이 큰데 수사권까지 있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필순 서울시병원회 윤리위원장은 “사무장병원 조사과정에서 무혐의가 입증됐지만 지급보류 등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폐업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모른척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건보공단은 조사과정에서 지급이 보류됐던 진료비에 대해 연 2.1%의  이자를 보상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없는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특사경 제도가 도입된다면 불기소를 원칙으로 해야한다. 기소 이전에는 지급보류가 아닌 개인재산 압류 등으로 대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록 백명의 범인을 놓치더라고 한명의 무고한 사람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급보류 빨리 푸는 방법으로 특사경”


지난 25일 건보공단 서울본부는 지역본부 주관으로 특사경 포럼을 열었다. 주된 내용은 앞서 언급한 도입의 필요성이었다.


이날 포럼을 마치고 데일리메디와 만난 김덕수 서울지역본부장과 임현정 변호사(전문연구위원)[사진]는 “10곳 중 1곳이 무혐의로 나타나는 현실이며 또 이들이 폐업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조사나 수사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대안은 특사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특사경을 도입하면 지급보류 등 기간이 현격히 단축될 수 있는 기전이 발동되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형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본질적으로 빨리 결론을 내려야 정리가 되는 것이다. 그 기간을 단축해야 폐업 등 문제를 방어하기에 유리하다. 이 부분은 건보공단이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정 변호사 역시 “사무장병원은 거의 1년 가까운 수사를 벌어야 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인데 특사경이 도입되면 이를 3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급보류-폐업 등 폐단을 줄이는 순기능이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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