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향년 83세 일기로 영면하면서 그의 생전 행적 반추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의료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다.
특히 사재를 출연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무의촌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는 등 의료를 통한 사회공헌에 앞장 섰던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행보와도 궤적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우중 회장은 1977년 사재 50억원을 털어 대우학원을 세웠고, 1978년에는 200억원의 개인재산을 추가로 헌납해 대우재단을 설립했다.
대우재단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의료지원사업이었다. 대우재단 설립과 함께 병원건립기획위원회를 설치하며 본격적인 의료를 통한 사회공헌을 전개했다.
대우재단은 1979년 전남 신안과 진도, 전북 무주에 대우병원을 개원했고 이듬해에는 완도에도 병원을 세웠다. 1981년에는 대우의료재단을 설립해 경남 거제도에 대우병원을 오픈했다.
이들 병원은 비록 10~30병상의 작은 규모였지만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목을 갖추고 의료 취약지역인 무의촌 주민들을 진료했다.
신안, 완도, 진도대우병원은 낙도 어촌 보건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수산청장 감사패를 수상했고, 무주대우병원은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하는 등 정부도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의료환경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고, 대우그룹 해체 등 안팎으로 한파가 찾아오면서 김우중 회장의 의료지원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9년 무주대우병원을 시작으로, 2003년 신안대우병원, 2007년에는 완도대우병원이 잇따라 폐원하며 내리막을 탔다.
교통발달에 의한 외부환경 변화와 보건지소 확충에 따른 경영 악화가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20년 넘게 운영해온 무의촌 병원들의 문을 닫아야 했다.
현재는 유일하게 경남 거제도 대우병원이 운영 중이다. 대우조선부속의원으로 출발한 거제 대우병원은 여전히 거제 지역 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무의촌 병원들의 잇단 폐원 속에 1994년 수도권에 아주대학교병원을 개원하며 중증질환 치료에 전념했다. 개원 25년차인 아주대병원은 전국구 상급종합병원으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김우중 회장이 생을 마감한 아주대병원 역시 자신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학교법인 대우학원 소속 병원이다.
지난해 말 건강이 급속히 악화돼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온 김우중 회장은 알츠하이머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평소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다”며 아름답고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택해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기에 있는 국내 의료현장에 큰 울림을 전했다.
한편, 거제 대우병원 등은 홈페이지에 김우중 회장의 추모글과 함께 거제 지역민을 위해 특별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