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 유명한 이효석의 장녀 故이나미 여사가 2년 째 강동성심병원 안치실에 잠들어 있다.
이 여사는 지난 2015년 9월 25일 강동성심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이 씨 유가족과 병원 측의 의료분쟁으로 인해 아직까지 영면(永眠)에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단위로 계산되는 영안실 안치료는 어느새 5500여 만원에 달한다.
또 유가족-병원 간 분쟁과는 별도로 과거 무연고자 처리, 유가족들에 대한 A구의원의 부적절한 발언 등 논란도 겪으면서 양자 간 감정은 극도로 악화됐다. 이 여사가 이른 시일 내에 병원을 벗어나기란 어려워 보인다.
현재 유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사건은 강동경찰서에서 수사 중에 있다.
◇유가족 “제대로 된 치료 못 받았다” vs 병원 “적절한 치료했다”
유가족 측에서는 ▲입원 등 치료 전반에 대한 동의서 ▲예고 없는 주치의 교체 ▲적절치 않은 치료 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 여사의 둘째 아들인 B씨는 “어머니가 내원했을 당시 이뤄졌던 검사, 검사 후 받은 치료 등은 물론 주치의 교체와 관련한 병원 측의 설명이 부족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병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B씨는 “병원의 적절하지 못한 치료 때문에 어머니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모든 치료과정과 주치의 교체 등 부분에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고, 치료 또한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망자(亡者)는 당시 고령이었기 때문에 최초 방문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병원에서도 환자를 위해 적절한 치료를 했다”고 답했다.
또 ‘환자 가족에게 적절한 설명과 함께 동의를 구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든 서류에 동의 싸인을 받았다”고 했다.
◇치료와는 별개 무연고자 처리 '3자 개입' 논란도
B씨와 병원은 치료와는 별개로 이 여사의 사후 무연고자 처리, 구의회 의원의 3자 개입 논란도 겪었다.
논란의 내용은 병원 측이 이 여사 사망 이후 유가족 동의 없이 무연고자 처리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무연고자로 처리될 경우 시신은 대부분 화장된다.
B씨는 “어머니가 왜 사망했는지 알기 전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병원 측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병원 관계자가 구의회 의원을 통해 유가족을 비방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2015년 강동구 A구의원은 구민 30여 명이 가입된 소셜네트워크(SNS)에 ‘유가족이 돈을 노리고 있다’는 등 모욕적인 댓글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모욕죄로 고소당하자 A구의원은 유가족과의 통화에서 “병원 관계자가 유가족에 대한 사실을 이야기한 게 맞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A구의원은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7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병원은 “논란이 됐었던 일들 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 전반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은 자제하겠다”며 “법적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