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사는 과로사(過勞死), 개원의는 아사(餓死)'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등서 개원가 목소리 적극 제기'
2019.12.04 06: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학병원 의사는 과로사(過勞死) 하고 개원의는 아사(餓死) 한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유례없이 심화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건 개원가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아직 요원하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사진]은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에서 개원의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대개협 법인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전달체계 외에도 연이은 의사 법정구속과 진료실 폭행, 그리고 복지부와 건보공단 등의 고압적인 현지실사까지 “개원의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한 김 회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나 작금의 의료계 현실에 대해 시급한 개선을 촉구했다. [편집자주]
 

Q.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 회장으로 선출되고 1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간 주된 활동은

-회장으로서 우리 협의회의 존재 가치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적합한 개원의 단체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국가정책이나 법안, 부당한 고시 등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하며 구체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일차의료 활성화 특별위원회 등을 비롯한 각종 위원회와 대책위원회(TF)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개협 회원은 의사이지만 직접적으로 회원이 참여하는 단체이기보다는 지역의사회와 각과 의사회에서 평의원회를 구성하는 독특한 구조다. 대내외적으로 협의회의 목적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하나 하나 해결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악화일로의 의료 환경에서도 묵묵히 힘든 길을 가고 있는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Q. 국가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의료계 주요 현안을 진단하면

-의료계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의사 구속 판결과 같이 묵과하기 힘든 의료 억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시로 노출되는 의료진에 대한 무차별적인 묻지마식 폭행과 살해 등에서 제대로 된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불안한 진료 환경으로 인해 의사들의 자존감과 인내심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와 반(反) 의료적인 정책들을 비롯한 인기몰이식 의료법안 남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전한 원가이하의 저수가정책과 무차별 삭감문제, 위협적 일방적 실사문제, 한의사나 파라메디칼들의 의사업무 침범의 방치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Q. 의료계 전반적인 현안으로 의사 법정구속과 진료실 폭행을 꼽았다. 개원가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개원가가 정말 힘들다. 의료전달체계 실패로 일차의료기관들이 몰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병원은 하루 1만 명이상의 외래 환자가 몰리는 기형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상급병원은 연구와 교육 및 중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일반 진료는 일차의료기관에서 담당하는 정상적 의료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문의들이 담당하는 우리나라 일차의료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프라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

"의사 법정구속, 폭언·폭행 다반사,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개원가 위기감 만연" 

"대개협을 '대한의사회협의체'로 바꾸는 등 법인화 추진 통해 의협 위상 높여야"
"환자보다 의사가 더 아픈시대, 소신진료 볼 수 있는 토대 마련토록 최선"


Q. 답한 대로 의료전달체계 핵심은 개원가다. 그런데 정작 최근 복지부 의료전달체계개선회의 정부 회의체에서 대개협 회장이 배제됐다
 

-개원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부 회의체에 대한개원의협의회의 대표가 배제되는 대한의사협회의 회무처리로 어려움이 있었다. 일례로 최근 복지부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회의가 열렸는데, 대개협 대표가 참석토록 결정하기까지 의협에서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됐다. 결국 광역시도의사회장회의까지 나서 권고하고서야 대개협 대표가 참석할 수 있었다. 전례 없는 일이며 다시는 재발되면 안 될 일이다. 앞으로 간호인력 개편 관련 회의 등 주요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개원의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우리 협의회를 배제하지 않기를 바란다.
 

Q. 의협과 역할을 분담하자는 취지의 답변이다. 대개협 법인화 추진도 이러한 맥락인지 궁금하다. 또 대개협 추진화에 대해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의사회는 반대 입장을 표했는데 

-지금 대개협은 법적인 단체로 인정받지 못해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 회의처럼 의협을 통해서만 대외적 회의체 참석이 가능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원의 권익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 대개협의 법인화와 법적 단체화는 개원의 권익추구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 목적만을 생각하며 대개협의 법인화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개인적 오해를 받지 않으려고 법인화 대표를 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현재 추진 중인 법인화는 보건복지부에 허가를 요청하는 것으로 일차적인 마무리가 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모든 의원이 회원이 되는 구조의 단체가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형태는 의협과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대한의사회협의체'로 추진됐다. 지역의사회 산하의 개원의협의회와 다양한 개원의를 위한 의료단체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적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인화가 이뤄지면 더 이상 의협이 개원의 대변자 역할을 하며 스스로 위상을 격하시키지 않아도 된다. 의협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그리고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최고 상위기관이 돼서 국가 정책과 의사 종주단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법인화 과정은 일차적으로 보건복지부의 허가가 있은 후에야 법인체 활동이 시작된다. 최종적으로는 의료법이 개정돼야 법적으로 인정받는 완성체가 될 수 있다.
 

Q. 법인화 추진 외에 내년 중점적으로 추진할 대개협 사업은

-첫째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개편’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각과 의사회 학술대회나 정부와의 회의 또는 대내외적으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거듭 강조해온 바다. 의료전달체계는 의료의 근간이다. 병원은 병원답게, 일차의료기관은 일차의료기관답게, 제 역할을 해야만 국민에게 올바르고, 편리하고, 적절한 의료 제공이 가능해 질 것이다. 동시에 의료 시스템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의료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적정 의료구조 확립으로 국민 건강권을 수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는 ‘의사 구속 문제’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들의 구속이 일상화 된 듯하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을 겸직하면서 ‘인천 분만 중 태아사망 사건’ 및 ‘안동 산모 사망 사건’ 법정구속 판결을 겪었다. 선의의 의료 행위 중 나쁜 결과로 의사가 구속된 것이다. 이런 사건이 계속되며 결국 위험도가 높은 외과계는 기피과가 됐다. 이와 관련, 서울역 앞에서 의사긴급 궐기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고의 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 처벌특례를 정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
셋째는 한의사나 파라메디칼, PA의 불법적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의심처방 확인 및 응대 의무화 관련 법, 의료인 명찰착용의무 법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식적 법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대외업무에 노력할 것이다. 또한 병의원에게 불필요한 과도한 서류업무 책임화나 넘쳐나는 불필요한 과시적 의무교육들 같이 ‘규제를 위한 규제’ 해결을 위해 공론화에 나서겠다.
 

Q. 대개협 회장 임기가 이듬해까지다. 내년 하반기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레이스를 앞두고 차기 의협회장 후보군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출마 계획이 있는 건가

-선거를 염두에 둔 어떤 조직도 구성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직역의 표나 선심성 행보를 계산하지도 않고 오로지 개원의를 위한 회무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답하겠다. 만일 의협 회장을 목적으로 일을 했다면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행보를 달리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협 회장 출마는 의료계를 위한 일을 제대로 하면서 그동안의 회무 능력 및 업적, 리더십 등 회원 분들의 냉철한 평가를 통해 객관적인 실력 및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고려할 수도 있겠다. 의협의 장은 모든 사욕을 뒤로 하고 오로지 의사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환자보다 의사가 더 아픈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개원을 하면 평생 그 지역 주민과 함께 평생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기형적인 의료전달체계와 의사를 처벌 대상으로 여기는 잘못된 규제들로 인해 요원한 일이 됐다. 소신진료를 저해하고 국민건강권의 손해를 미치는 잘못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더욱 노력하겠다. “의사는 선의로 오로지 아픈 이들을 위해 의료를 행하는 사람들일 뿐이다”는 당연한 인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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