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1시간 전(前) 첫 언급 '2000명'
2월6일 보정심 회의록 분석, "과도한 증원‧일방적 추진" 비판 불구 확정
2024.05.13 12:22 댓글쓰기



지난 2월 6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모습.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월 6일 오후 3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기 1시간을 앞두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에서 '2000'이라는 숫자가 처음 언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위원들이 과도한 증원 규모와 일방적 발표에 깊은 우려를 표했지만, 다수의 정부 관계자 및 수요자 대표 측의 동의 속에 1시간 남짓 만에 의대 증원 규모가 확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醫 "일방적 통보하고 요식 절차만 거친 후 발표 충격적"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항고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의료계 변호인단이 정부가 제출한 의대 증원 근거 자료 등을 13일 모두 공개했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은 "복지부 장관이 보정심에서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요식 절차만 거친 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헌법상 공개재판주의, 국민의 알권리, 생명권과 건강권, 국가의 국민보호의무에 의거해 정부가 제출한 자료 모두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 49건 중에서도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했다는 보정심 회의록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오후 2시에 열린 '2024년 제1차 보정심' 회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전체 25명 위원 중 이필수 전(前) 대한의사협회장 등을 제외한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 번째 안건으로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 측 관계자는 이날 논의 안건을 보고하며 "2035년 수급 전망, 즉 현재 부족한 의사 수 5000여명과 2035년 1만여명 부족한 것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의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정원 확충 규모를 결정하고자 한다"고 의대 증원 취지를 밝혔다.


이어 "증원 규모는 의대 입학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하는 방안"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첫 언급했다.


배정 방안에 대해서는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 하에 각 대학의 제출 수요 그리고 교육 역량, 소규모 의대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 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파업‧동맹휴학 우려" 전망


이에 A위원은 즉각 "2000명 증원 발표에 대해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일정 규모 증원해야 한다는 것에는 십분 공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의대들이 제대로 의대생을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의견처럼 350명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0명 이상 4000명까지 교육할 수 있다는 의대별 수요조사 결과는 등록금 수입을 올리고, 학교 평판을 좋게하려는 이사장과 총장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학생은 물론 전체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파업과 동맹휴학으로 자신들의 뜻을 표현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 걱정"이라고 전망했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효과 확인해가면서 의대 정원 조정해야"


B위원도 "상당 규모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는 하지만 솔직히 2000명은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B위원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효과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해가면서 그에 따라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급격히 2000명 증원을 했을 때 이후에 얼마나 조정의 여지가 있을지, 오히려 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닫아놓은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500~1000명 정도까지 증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1000명을 증원한다면 이후 정책평가, 수요평가 등을 해서 더 늘리든지 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론 없이 일방적 발표, 보정심이 무슨 의미 있나"


C위원은 "500~1000명 사이, 한 700명 정도가 최대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의료현장에서 모든 이슈를 덮어버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 상황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필수의료보다 좀 더 쉽고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갔던 정책적인 실수에서 발생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만약 이렇게(2000명 증원) 실행된다면 굉장히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전문위원회, 토론회 같은 것들을 주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토론이나 의견이 전혀 없는 상황 속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오늘 회의 끝난 다음에 2000명이라고 발표될 것인데 보정심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조 장관은 "일방적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총 130여차례 협의를 했고 의협과도 28차례 회의를 했다"며 "의협에 공문으로 의견을 주십사 하는데 또 거절했고, 이후 공식‧비공식 접촉에서도 외면했다. 더 이상 지연할 수 없다. 입학 정원 규모를 확정하고 입시요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제 총정원이 확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 장관, 발표 시각 다가오자 토론 종결 재촉1시간만에 23명 중 19명 동의 얻고 2000명 확정


D위원은 "지방 의과대학 교수로서 입장을 말씀드리면, 2000명이 늘면 각 의대에서 올해 1년 내 다 준비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기초의학 교수들을 모시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준비 없이 했을 때 현장의 부작용들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장관은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발표하기로 한 오후 3시가 다가오자 "기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짧게 몇 분 더 말씀하면 좋겠다"며 재촉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후 회의를 마치며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다 공감을 하셨지만, 3명 위원님께서는 규모가 너무 과도하다고 말씀을 주셨고, 1명 위원께서는 단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23명 중 4명이 이견을 제시하셨지만 대체로 동의하시는 걸로 생각이 된다.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이 세 가지 안건은 복지부 안(案)대로 의결하고자 한다"며 "이의 없으십니까"라고 묻자 위원들이 "예"라며 동의했다.


이에 의료계 변호인단은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누군가가 결정한 숫자"라고 힐난했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3일 오후 의대 입학정원 증원 관련 정부 제출자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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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ㄱ 05.13 16:18
    국민이 개돼지로 보이는구나.  나라가 통째로 너희 꺼냐? 어?  민수야?
  • dd 05.13 15:51
    저 2000이라는 숫자가 정말 어디서 튀어나온건지 원 출처를 정권 바뀐 후에라도 꼭 캐봐야 한다고 생각.ㅋ
  • 미쳤구나 05.13 14:57
    이게 21세기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으로 내려질 수 있는 정책결정 과정인가? 정말 미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