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해법, 전문병원서 찾을 수 있다”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회장
2022.08.26 06:29 댓글쓰기

“최근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필수의료 문제와 관련해 전문병원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병원 제도 활성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필수의료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미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그 기능을 수행 중인 전문병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전문병원협회 이상덕 회장은 25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필수의료 문제는 전문병원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현재 전문병원 분야 중 △화상 △수지접합 △뇌혈관 △알코올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등 소위 필수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상당수다.


고난도 수술을 필요로 하는 수지접합, 뇌혈관, 화상은 물론 사회적 필요도가 높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병원들이 든든한 국민건강 지킴이 역할을 수행 중이다. 다만 이들 병원은 제대로 된 보상체계 부재로 고충이 큰 상황이다.


"국민 만족도 높은 전문병원, 역할 수행 가능한 제도적 환경 구축 절실"


그는 “이들 병원이 제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절실하다”며 “정부의 필수의료 확충이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이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중소병원 정체성 상실’ 문제 해결을 기치로 도입된 전문병원 제도는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과 함께 제대로 된 보상체계가 없어 일선 병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다만 상급종합병원과 견줄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는 기준이 필요한 만큼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식 보다 인센티브 확대를 통한 유도기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상덕 회장은 “제도 도입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정체돼 있는 전문병원 규모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고 말했다.


2011년 99개로 시작한 전문병원은 2기(2015~2017년) 111개, 3기(2018~2020년) 107개가 지정됐으며, 올해 4기(2021~2023) 107개로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전문병원 진입장벽 낮추고 적정보상 이뤄져야 더 활성화"


이상덕 회장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높은 진입장벽’과 ‘적정보상 부재’라는 두 개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질환별, 진료과목별 환자 비율 ▲진료량 ▲필수 진료과목 ▲의료인력 ▲병상/시설 ▲의료 질 ▲의료 서비스 수준 등 7개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분야별 해당 의료인력은 4~8명, 병상은 30~80병상을 갖추고 의료 질은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해당 분야에서 특화된 진료를 하고 있더라도 관련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받고 싶은 병원들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당 분야 전문성을 인정하기 위해 설정된 기준을 무턱대고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상덕 회장 역시 “제도 취지를 살리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에도 기여하기 위해서는 300~400개 병원이 참여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단편적인 기준 완화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행 기준은 유지하되 어렵사리 진입한 전문병원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병원들은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 인력, 시설, 장비 등에 적잖은 비용을 투입하고, 의무사항인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위해 수 천만원을 지출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회장은 “현재 전문병원관리료와 의료질평가지원금이 지급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불만이 비등하다”며 “적절한 보상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파했다.


주목할 점은 전문병원 이용자들 만족도다. 전문병원 수는 제자리 걸음이지만 같은 기간 환자들의 만족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팀이 전문병원에 입원했던 117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경험평가를 조사한 결과 94.13점으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간호사 서비스 점수가 95.87점으로 가장 높았고, 환자권리 보장이 94.91점으로 뒤를 이었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환경 항목도 94점을 나타냈다.


특히 전문병원 선택 요소 중 ‘주위사람 추천’이 2017년 18.2%에서 33.6%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전문병원 유경험자의 적극적인 추천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의료전달체계에서 전문병원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환자들도 상당한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낮은 수준의 인센티브는 제도 확장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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