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근래 성병때문에 병원에 오는 청소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혼자 오는 학생들이 많고 가끔 부모나 형제들하고 같이 내원하는 경우도 있어요. 문제는 이들 학생들이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잘 모른다는 겁니다."
주로 성인 질병으로 여겨지는 성병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교와 가정에서 개방화된 성(性) 관련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해 최근 청소년들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9일 강동경희대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심질병통계를 이용해 분석한 최근 5년 간 10대 청소년 성병 환자수를 보면 2013년 9165명에서 2018년 1만2699명으로 약 38.5% 증가했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최태수 교수는 “최근 국내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남학생의 경우 비임균성 균주인 유레아플라즈마(ureaplasma),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 클라미디아(chlamydia), 트리코모나스(trichomonas), 헤르페스 (herpes) 등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과거 흔히 진단이 됐던 성병인 임질과 매독은 감소 추세로 확인되고 있다”며 “드물지만 에이즈 감염 역시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이한 점은 이번 조사에서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성병 환자 발생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0대 여성 성병 환자는 2013년 7108명, 2014년 7317명, 2015년 7766명, 2016년 8775명, 2017년 1만41명, 2018년 1만333명으로 최근 5년 새 약 45.4% 증가했다.
그에 반해 10대 남성 성병 환자는 2013년 2057명, 2014년 2205명, 2015년 2212명, 2016년 2384명, 2017년 2507명, 2018년 2366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10대 여성은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병원을 찾아오거나, 생리 등으로 인해 상담 및 검사를 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환자 수가 많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자료에 나온 수치만 보고 단순히 10대 남성 성병 환자가 더 적다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성 관계 연령이 낮아지면서 남녀를 불문하고 10대 성병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또 전문가들은 발병률을 높인 주요 원인으로 성에 대해 쉬쉬하며 청소년에게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지목했다.
최태수 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이드라인을 하루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며 “오늘날 성교육에서 성병 감염의 예방 및 대처에 관련한 교육은 매우 미비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피임기구(콘돔) 사용법, 상황별 대처법 혹은 위생적인 자위 방법 등을 교육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증상이 있는 감염자만이 아닌 무증상 보균자도 확인이 가능한 검진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청소년 성병 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를 통한 조건만남도 문제”라며 “접근성 제한 등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회장 역시 “10대 청소년들에게 성 접촉을 아예 못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며 “임신 위험성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고, 자기 몸에 대한 변화와 소중함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 당국이 성교육을 비전문가 단체에 맡길 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 협의를 거쳐 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한 어홍선 원장은 “10대 남학생의 경우 환자가 조금이라도 대기를 하고 있으면 문 앞까지 왔다가도 그냥 돌아갈 정도로 병원 방문을 심하게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어 원장은 “그런 측면에서 학교의 성병 관련 교육이 더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시민단체에게 성교육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방식보다는 교육청과 의사회가 MOU를 맺는 등 10대 청소년들이 전문가로부터 직접 올바른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