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의 국내 도입에 나란히 뛰어들었다. 전 세계에 10기 정도만 운영되고 있는 초고가 장비가 대한민국에 두 대나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중입자가속기는 강한 에너지 전달을 통해 몸 속의 암세포만 정밀하게 파괴하는 방사선 치료기로 정상조직 손상에 따른 부작용이 적다. 또한 치료 효과가 대폭 높아지고 치료 횟수와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현재는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지에 10기가 설치돼 있다.
지금까지는 중입자 치료를 받기 원하는 국내 환자의 경우 일본의 국립방사선종합연구소(NIRS)가 원정 치료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에 우리나라에도 중입자가속기를 들여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첫 도입 타이틀은 연세의료원이 가져가게 될 전망이다. 의료원은 일본 도시바와 MOU를 맺고 오는 2022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연세의료원이 도입하는 장비는 세계 최초로 두개의 회전 갠트리 치료실과 한 개의 고정식 치료실로 조성된다. 두 개의 회전 갠트리를 통해 고정식에서 치료하기 힘든 위치의 암도 중입자에 노출시킬 수 있다.
의료원 측은 “이미 국내 암 환자 가운데 중입자치료기 대상이 20%에 달한다”며 “치료기가 완성되면 연간 1500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2023년 부산에 도입될 중입자가속기 사업에 참여한다.
정부는 부산 기장군에 지난 2009년부터 치료기 도입을 추진했으나 사업 주관기관 중 하나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 7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을 미뤄왔다.
그러다 서울대병원이 정부의 거듭된 설득 끝에 지난 2017년 민간사업자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이 또한 올해 들어서야 겨우 병원 이사회에서 통과돼 사업 재개가 가능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초 2021년으로 예정됐던 사업 기간을 2023년으로 연장하고, 예산 규모는 1950억원에서 2606억으로 늘렸다.
서울대병원은 의학원 분담금 750억원을 투입하고 주관기관으로서 중입자 장치 구축한 뒤 치료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과기부와 부산시·기장군은 증액된 총사업비 범위 내에서 필요한 구축비와 사업관리비를 지원한다.
당초 정부는 중입자가속기 자체를 우리나라 기술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기존보다 가속기의 두께가 얇은 장비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술 검토 끝에 일본형 모델을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고신대병원 등은 상호 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과기부 유영민 장관은 “중입자치료는 암 치료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환자들뿐만 아니라 일선 의료인·연구자들도 기대가 높다”며 “차질 없는 중입자가속기 구축과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국민 의료복지 향상과 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올해 중 중입자 가속기 규격 기준을 정리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국제 발주를 할 예정”이라며 “지역 병원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