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각하는 건강보험 급여화 우선 순위는 어떨까? 상당수 국민은 환자 나이가 어릴수록, 남은 생존기간이 길수록 급여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민경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6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선 순위 설정기준에 대한 사회적 선호’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정된 보건의료자원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자원을 분배해야 하는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보건의료 자원 분배에 대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특히 한국인들이 보건의료자원 분배기준인 효율(QALY, Qaulity Adjusted Life Year)의 최대화에 동의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28일가지 한 달 간 인터넷 웹 설문방식으로 진행됐고, 총 3482명이 응답했다.
설문은 조사대상자들로 하여금 두 개 이상의 가상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선호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도록 하는 선택실험법으로 진행됐다.
설문에서는 응답자가 건강보험 지원 범위를 결정하는 기구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치료법을 우선적으로 지원할지에 대해 물었다.
가령 치료법 A의 경우 질병이 5세에 발생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40%의 삶의 질로 20년 간 생존하다 사망하지만, 치료를 받는다면 삶의 질이 100%로 올라가고 생존기간은 40년 연장된다.
치료법 B의 경우는 질병이 40세에 발생하는데 치료를 받지 않으면 20%의 삶의 질로 6개월 생존 후 사망하게 되고, 치료를 받을 시 삶의 질은 변화 없지만 생존기간이 1년 연장된다.
이들 사례에 질병 발생연령을 5세·40세·70세로, 치료 받지 않을 경우 생존기간을 6개월부터 40년까지 구분했고, 치료 받을 경우 연장되는 생존기간을 역시 0개월부터 40년까지 정해 선택하게 했다.
응답자들에게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한 결과, 치료로부터 얻는 효용(QALY)의 크기가 큰 경우를 선택한 비율은 67.8%로 높았다.
질병 발생 연령 순위에 있어서는 연령이 더 적은 시나리오를 선택한 비율이 전체 53.0%로 나타났다.
연령이 어린 경우를 선택한 비율이 5세와 70세의 경우 62.0%, 5세와 40세의 경우 51.4%, 40세와 70세의 경우 61.6%로 높게 조사됐다.
치료 받지 않을 경우에는 생존기간이 더 짧은 경우를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생존기간이 더 짧은 시나리오를 선택한 비율은 56%였으며 생존기간 차이가 20년 이상일 경우에는 60.8%가 생존기간이 짧은 시나리오에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급여화 결정 선택에 있어 질병발생 연령 5세와 40세를 70세보다 우선시했으며, 치료 받지 않을 경우 생존기간이 가장 짧은 수준일 때 가장 높은 우선 순위를 보였다.
임민경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효용의 최대화 기준을 선호하는 경향을 발견했다”며 “특히 젊은 응답자일수록 효용의 크기에 민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들의 분배기준에 대한 선호 조사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선호조사 경험은 일반인들이 보건의료자원 분배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