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민수 기자] 그동안 백혈구, 적혈구 등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생기는 재생불량성빈혈을 완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해야만 했다.
그러나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국내 의료진이 ‘반(半)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해도 재생불량성빈혈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학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고경남·김혜리 교수팀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소아 환자들에게 ‘반(半)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결과, 이식 성공률이 약 93%로 나타나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 일치하는 이식법과 치료 효과가 대등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직적합성항원(HLA)은 동물의 세포 표면에 위치하며 면역반응에서 같은 종류로 인식되는 항원을 뜻한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소아 환자 67명을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67명 중 35명은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는데 14명은 형제로부터, 21명은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았다.
나머지 32명은 가족(부모, 형제)으로부터 조직적합성항원이 반만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그 결과,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약 93%였다.
조직적합성항원이 완전 일치하는 형제 혹은 비혈연 관계의 타인으로부터 이식받은 환자들의 평균 5년 생존율이 각각 92.9%, 95.2%인 점과 비교했을 때 거의 비슷한 생존율을 보였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또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평균 10일 만에 조혈모세포가 생착한 반면에 완전 일치 이식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평균 12~14일 정도 소요됐다.
특히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영국 킹스칼리지병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 평균 생착 기간이 19일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 받은 환자의 생착 기간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울아산병원 임호준 소아종양혈액과 교수는 “생착이 늦을수록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조혈모세포이식은 생착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세계 최초로 10명 이상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에게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한 이래 치료 노하우를 쌓으며 이식 성공률을 높여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성공률이 전 세계적으로 70~80%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이식과 대등한 이식 성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골수이식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