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진료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된 서울대학교병원 교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승소했다
.
무엇보다 해당 교수는 구조적으로 외래나 입원 진료실적을 내기 어려운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였다는 점에서 향후 병원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윤승은)는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A교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병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2010년 서울대병원 임상교수로 임용된 A교수는 중간에 한 차례 재임용 심사를 통과했지만 2016년 심사에서는 탈락했다. 다른 교수들에 비해 진료실적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재임용 심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병원 측은 임상교수요원운영위원회 출석위원 만장일치로 불합격을 의결하고, 2016년 8월 말로 임용기간 만료를 통지했다.
A교수는 “진료실적을 이유로 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병원의 결정에 불복해 곧바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년 여의 법정공방 끝에 지난해 1월 재판부는 A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병원의 재임용 거부는 재량권 일탈과 남용에 해당하는 만큼 A교수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1심 법원은 “A교수가 재임용 심사기준을 통과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함에도 병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재임용 거부를 결정한 것은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행위”라고 판시했다.
서울대병원은 즉각 항소했다. 재임용 거부는 규정에 입각해 내린 결정이고, 무엇보다 A교수의 진료실적이 다른 교수들에 비해 현저히 낮아 재임용 기준에 미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A교수의 외래환자 수는 소아흉부외과 교수 1인 평균 대비 13.7~18.1%, 흉부외과 전체 1인 평균 대비 4.5~8.2%에 불과했다.
입원환자 수나 수술건수 역시 다른 교수들 대비 현저히 낮은 실적을 나타냈다. 수치 상으로는 병원의 주장하는 진료실적 부진 책임론에 부합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교수가 진료실적을 쌓을 수 없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흉부외과 전문의인 A교수는 특수진료 자격증인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2010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중환자관리에 특화된 임상교수로 근무했다.
특히 2012년부터는 병원이 중환자관리 전담교수제를 시행하면서 A교수를 흉부외과 중환자관리 전담교수로 지정했다.
현행법상 중환자실 전담의는 외래진료 또는 병동 환자의 진료를 병행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중환자실에서 환자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A교수는 근무시간 동안 중환자실 진료 이외에 외래진료나 입원환자 진료, 수술 등을 병행할 수 없었다. 당연히 진료실적도 다른 교수들과 비교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중환자실 전담의 특성상 외래, 입원, 수술 등 진료실적을 쌓을 수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진료실적 부진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잘못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A교수를 제외하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전담의들이 진료실적 부진을 이유로 재임용이 거부된 사례는 전무했다.
2심 재판부는 “중환자실 전담의로서 외래, 입원, 수술 등 타업무 병행이 금지돼 있음에도 병원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의사들과 동일선상에서 진료실적을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의 재임용 심사가 부적절하거나 현저히 균형을 잃었다”며 “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임용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만큼 재임용 거부는 무효로 보는 게 마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