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장 선거에 역대 최다 후보가 출마하면서 여느 해보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하지만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완전한 간선제 방식으로 치러지다 보니 정작 서울대병원 교직원들은 각 후보의 비전이나 전략도 모른채 신임 병원장을 맞이해야 한다
. 차관급 예우에 국내 최고 의료기관 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상당한 영예의 자리
. 하지만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에 비유될 만큼 그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 이에 데일리메디는 전문언론 최초로 서울대병원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서울대병원이 직면한 현안과 향후 풀어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질문을 던졌다
. 이번 설문에는
9명의 후보 중
7명이 응했다
. 김연수 교수
(신장내과
, 1988년 졸업
)와 조상헌 교수
(알레르기내과,
1984년 졸업
)는 거절했다
. [편집자주]
서울대병원장 후보 대상 최초 공개, 시급한 개선 과제 1순위 '조직문화'
후보들은 공히 서울대병원 특유의 조직문화를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지목했다. 그동안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지적됐던 바로 그 문제였다.
‘복지부동과 책임회피의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후보들 응답은 10점 만점에 8.81점으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권준수, 박재현, 성명훈 교수가 각각 10점, 김태유 교수와 이정렬 교수가 9점, 이정상 교수는 8점을 매겼다. 김용진 교수는 복지부동이나 책임회피 보다는 소통단절이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병원장, 부원장, 기획조정실장 중심으로 이뤄진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후보들 대다수가 공감을 표했다. 이 항목에 대한 후보들의 평균점수는 8.42점이었다.
권준수, 김태유, 박재현 교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견지한 가운데 성명훈, 이정렬, 이정상 교수는 나란히 8점을 부여했다.
김용진 교수는 “거버넌스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해결 현안 우선 순위에 두지는 않았다.
작금의 병원장 선출방식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후보들이 병원장 선출방식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준수 교수와 이정상 교수가 10점을 기입하며 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앞선 항목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던 김용진 교수는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진취적인 의견을 전했다.
병원장 선출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후보자들의 평균점수는 8.14점이었다.
시흥캠퍼스 내 서울대병원 분원 설치에 대해서는 후보들 모두 필요성에 절대 공감을 표했다. 평균점수는 무려 9.00점이었다.
서울대병원장 후보들이 평가한 서울대병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자편의성’이었다. 시설과 시스템에 있어 환자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재현, 이정렬, 이정상 교수가 3점을 부여하며 상당히 부족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반면 성명훈 교수는 “대체적으로 많은 개선이 있었다”며 7점을 기입했다.
서울대병원의 정체성인 국가중앙병원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제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다소 민감한 주제인 ‘인센티브제도’에 대해서는 후보들 모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가운데 이정상 교수가 2점을 부여하며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해외의료사업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최근까지 세이크 칼리파병원 원장으로 활동했던 성명훈 교수가 10점에 기입했고, 권준수, 김용진 교수 등도 같은 평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을 위한 열정 어린 '출마' 애정 담긴 '공약'
후보들은 이번 병원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와 그동안 구상해 왔던 향후 서울대병원 운영 방향도 공개했다. 후보별 출마의 변과 주요공약은 다음과 같다.(가나다 順)
권준수 교수는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서울대병원 고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대병원 존재 이유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주요공약으로는 △서울대학교 의료원 체계 확립 △지역과 상생하는 의료시스템 구축 △시흥캠퍼스 중심 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김용진 교수는 “서울대병원 정체성 확립은 물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출마했다”며 “조직원들의 가슴 벅찬 보람과 희망을 되찾아 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주요공약으로는 △외래환자 축소로 의료의 질 개선 △의료수익에 의존적인 재무구조 개선 △융합연구 위한 대학원대학교 설립 등을 내걸었다.
김태유 교수는 “미래의료를 선도해 세계 초일류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미래지향적 조직혁신을 통해 병원 경쟁력을 높이고 공공의료와 첨단의료의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주요공약으로는 △시흥캠퍼스에 첨단치료병원 추진 △연구역량 강화 위한 연구교수 확충 △미래지향적 조직 개편 등을 다짐했다.
박재현 교수는 “새로운 패러다임 리더십으로 과감한 개혁을 이뤄내겠다”며 “소수에 치중돼 있는 거버넌스 문제를 우선 해결해 제대로된 경영을 회복하겠다”고 피력했다.
주요공약으로는 △재원기간 단축 통한 경영수지 개선 △구성원 유대 강화 위한 ‘먼저 손 내미는 원장 △병원장, 부원장, 기획조정실장 중심 거버넌스 개선 등을 제시했다.
성명훈 교수는 “서울대병원을 서울대병원 답게 만들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다양한 보직 경험을 토대로 최상의 진료시스템 및 경영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공약으로는 △교육, 연구, 진료 수월성 확보 △양적경쟁 보다 질적성장 도모 △조직 발전 위한 멸사봉공 등을 내걸었다.
이정렬 교수는 “모교에 대한 마지막 보은(報恩)의 마음가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며 “구성원이 전문성과 주인의식으로 무장된 병원, 세계의료를 선도하는 국가대표 병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약으로는 △한국을 넘어 세계 표준진료 제시 △의료품질, 연구성과, 공공성 내외부 평가체계 도입 △노사 상생문화 구축 등을 다짐했다.
이정상 교수는 “서울대병원 임상데이터가 전국 보건소 단위까지 전달돼 국민의 진료 평등권 실현에 일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주요공약으로는 △바이오메디컬허브 클러스터 구축 △유수 대학병원들과 소모적 경쟁 아닌 연계체제 구축 △조직내 존중문화 구축 및 확산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