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은 감염 예방·관리를 위해 음압격리병실(격리병실) 설치가 의무화됐듯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기 위한 임종실 설치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스마트건강경영전략연구실 윤영호 교수는 29일 서울의대에서 개최된 ‘한국형 호스피스완화의료 모형 개발 및 구축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지난 2016년 2월 3일 제정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금년 8월 4일 시행을 앞두고 현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호스피스 발전방안과 한국적 환경에 적합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운영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윤영호 교수는 “품위 있는 죽음,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 각 병원마다 임종실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75%가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는데 우리나라 병원은 대부분이 다인실이다. 다인실에서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마무리할 수 없으며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까지 심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별도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에서 가장 고급화 된 장소가 VIP실과 장례식장이다. 사망 후 3~5일 머무르는 장례식장을 호화롭게 꾸미지 말고 사망 전 가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73개 기관, 1208병상이 운영되고 있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2500여 병상이 필요하다”면서 “건강보험 수가 제정 등의 제도뿐만 아니라 인식과 문화를 고려한 한국형 호스피스완화의료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종을 앞둔 말기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 관리정책의 부재를 꼬집었다.
윤 교수는 “복지부 내에 말기환자 관리업무가 여러 부서로 분할돼 있다”면서 “말기암환자의 완화의료는 질병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장례지원은 노인지원과, 연명의료법안은 생명윤리정책과, 의료수가는 보험급여과, 장기요양보험은 요양보험제도과 등에 이원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서비스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의료서비스와 비의료적 개입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그동안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시설 중심으로 침상 수를 늘리는 것에 국한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죽음을 맞도록 필요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결된다. 집에서 죽음을 원하는 환자 및 보호자는 많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윤영호 교수는 “한국인 정서상 가족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면 큰 죄책감을 느낀다. 이는 곧 가족 부양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출산휴가 만큼이나 임종 휴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각 의료기관과 개인의 자발적 노력에 의해 많은 부분이 이뤄져왔다"면서 "법 시행 이후 기본 서비스 체계의 효과적인 적용을 위해 한국만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