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의료계 양대 단체의 감정대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비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대한병원협회가 공식입장을 내놨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포괄수가 통과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강력한 비난을 의식, 오해 불식을 위한 소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포괄수가 논란에 대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마치 병협이 포괄수가제를 찬성한 것으로 오인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건정심 통과는 조건부 찬성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병협은 포괄수가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수가조정기전 마련 △질병분류 세분화 △적정한 수가 등을 전제로 수용했다.
특히 병협은 이미 개원가 85%가 참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개원의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나춘균 위원장은 “인건비, 장비 사용료 등을 감안하면 포괄수가는 분명 병원들에게는 불리한 지불제도이지만 개원의 대다수가 수용한 상황에서 무조건적 반대를 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의협의 비난 성명과 관련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큰 틀에서는 함께 가야할 의협이 대립각을 세운 것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규탄’, ‘배반’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한 부분에 대해서는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정심 전에 회장단 회동을 통해 공조를 위한 단서를 제안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한 의협에 책임을 물었다.
나 위원장에 따르면 양 단체는 포괄수가 대책 마련을 위한 만남을 가졌고, 의협은 이 자리에서 건정심 불참에 동조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병협은 개원가 85%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포괄수가에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안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외과 등 4개 개원의협의회의 동의서를 주문했다.
나춘균 위원장은 “의협은 건정심 당일까지도 관련 진료과 개원의협의회의 동의서를 받아오지 않았다”며 “공조를 위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의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포괄수가에 참여하는 개원의들은 분명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의협 집행부가 정치 논리가 아닌 이러한 회원들의 실정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의협도 나름의 입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가협상 등 앞으로 큰 현안이 많은 만큼 언제든 대화를 통한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