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국운(國運) 걸린 노인의료
요양 선진국 일본 '돈벌이 회전문 아닌 진정성 담긴 복합의료 제공'
2012.12.16 20:00 댓글쓰기

대한민국 미래를 압박하는 최대 난제는 단연 ‘고령화’다. 2050년이면 60세 이상 고령층이 인구 10명 중 4명(38.9%)에 달해 선진국 평균(31.9%)을 훨씬 웃도는 세계 최고의 ‘노인국가’ 대열에 들 것이란 유엔경제사회국(DESA)의 경고가 엄중한 현실을 거듭 일깨워준다. 2012년 현재 고령층 인구 비중(16.7%)을 감안하면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역시 천정부지다. 건강보험 가운데 노인 환자 진료비 비중이 2004년 22.9%였던 게 지난해엔 33.3%가 됐다. 정부가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돈은 올해 5조3000억원에서 2020년 11조8000억원으로 늘게 된다. 노인의료에 국운(國運)이 달렸다는 말에 심각한 천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보다 고령화 문제에 일찍 봉착한 이웃나라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노인의료의 재정적 부담은 마찬가지였지만 접근방식은 크게 달랐다. 데일리메디는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노인의료 선진국’ 일본을 통해 대한민국 국운을 진단한다.[편집자주]

 

[上]돈벌이 회전문 아닌, 진정한 복합의료

[中]맞춤요양, 그 곳에 답이 있다

[下]섬세함의 나라, 이래서 일본이다

 

 

요양병원 없는 노인의료 선진국
노인의료 선진국인 만큼 무수한 요양병원이 있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현재 국내에 운영중인 요양병원 수는 1000개를 넘은지 오래. 하지만 일본은 ‘요양병원’이란 간판이 전무했다. 물론 일본 역시 한 때 요양병원이 범람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대신 노인의료 전반을 다루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철저히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 재택 복귀율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억지스레 궤를 맞추자면 재활병원, 치매병원 등이 한국의 요양병원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의료에서도 그 답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일본 역시 작금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요양병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상당수 병원들이 앞다퉈 노인병원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간병이 버거운 보호자들을 대신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고, 나아가 노인의료에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병원들은 노인의료 전반을 다루는 두루뭉술한 요양병원 대신 전문화 된 영역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의료의 실효성까지 높일 수 있는 특화병원을 택하게 됐다.

 

일본식 요양병원의 특징은 노인의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재활과 치매가 전문화 돼 있다는 점이다.

 

재활병원은 단순히 물리치료 수준에 그치는게 아니라 일상생활활동(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을 가능케 해주는 의료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 코쿠라재활병원의 경우 뇌졸중 등으로 신체기능을 상실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역할을 수행, 재택 복귀율이 80%에 달했다.

 

치매병원 역시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상태유지를 넘어 호전으로 발전시키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복지, 고령화의 모범답안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와 함께 꼽히는 일본 노인의료의 특징은 ‘복합’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의료와 요양서비스를 동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체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전문성을 필요로하는 의료부터 재활 및 치매에 필요한 노인보건시설, 여기에 재택복지를 위한 방문간호, 방문재활, 데이케어센터까지 단일 기관에서 총체적인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 적잖지만 두 기관 간 환자를 돌리는 ‘회전문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에 반해 일본은 ‘회전문’이 아닌 진정한 복합의료 시스템을 통해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자연스레 유도해 내고 있었다.

실제 의료법인 성화회, 공화회, 아이노회 등 노인의료를 다루는 대부분의 의료법인들이 병원과, 보건시설, 복지시설 등을 동시에 운영, 복합 의료의 시너지를 발휘중이었다.

 

성화회의 경우 1987년 개원한 무타병원을 비롯해 1988년에는 재택의료의 필요성을 인식, 방문간호를 개시했고 1995년에는 노인보건시설을 개소했다.

 

여기에 더해 1999년부터는 재택복지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거택지원센터를 개설, 방문개호, 방문재활, 방문간호, 데이케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화회 역시 일본 최고의 재활병원인 코쿠라병원을 위시해 개호노인보건시설, 미나미 코쿠라 재활세터, 특별요양노인홈 ‘코쿠라노사토’ 등을 동시에 운영중이다.

 

아니노회 의료법인은 코후엔병원, 노인보건시설 방문간호 스테이션을 운영, 노인환자들의 상태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쿠라재활병원 하마무라 아키노리 원장은 “고령화 시대의 의료는 복합 서비스가 필수”라며 “노인환자의 일생생활 복귀 가능성은 의료와 복지가 유기적 작용을 할 때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대한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 역시 “단순히 병원과 시설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와 일본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각 기관의 역할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상황은 하늘과 땅의 차”라고 말했다.


후쿠오카=박대진 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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