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없는 제일병원, 집단파업 장기화 우려
병원, 이사장 퇴진 등 경영권 포기 선언에 노조, 측근경영 가능성 지적
2018.06.08 07:38 댓글쓰기

제일병원 노사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사는 지난 4일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 차례 특별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제일병원 노조는 '이사장 퇴진 및 체불 임금 지급'을 주장하며 지난 달 29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파업에는 전체 병원 근로자 1000여 명 중 조합원 250여 명이 참여했다. 
 
노조 측은 "직원들은 이사장의 경영 정상화 약속을 믿고 2017년부터 임금 삭감 및 강도 높은 근무를 버텨왔지만 수도세, 전기세 낼 돈도 없다는 병원은 수백억대 신축 공사 추진을 강행하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노조는 ▲이사장 및 일가족 병원경영 개입 불가 ▲노사 동수의 병원경영혁신위원회 구성 ▲병원장, 사무처장, 경영총괄본부장 보직 사임 ▲체불된 5월 급여, 6월 급여일 내 지급 등을 요구했다.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원외투쟁을 하던 노조는 본격적인 의사표시를 위해 4일부터 원내투쟁에 들어갔다. 이에 파업을 중단하길 원한 경영진은 노조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병원은 ▲이사장 즉각 사퇴 ▲상임이사 병원 운영 불관여 ▲'특별위원회' 통한 신사업 추진 협의, 결정 ▲현 원장단 및 사무처장 보직 사임 ▲노조 병원 정상화 적극 협조 등의 내용이 담긴 협상안을 내놨다.

경영진은 노조의 요구대로 이사장, 상임이사, 현 원장단 및 사무처장 등이 모두 보직 사임 및 병원 경영 불개입을 선언했기에 협상이 진전 혹은 타결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노조는 '결렬'을 선언했다.

'통큰 양보'를 했던 경영진은 당황했다. 노조 측이 이사장 부인(상임이사)의 인사권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특별위원회(혁신위원회)를 통한 재단 이사진 추천 및 제한적 인사권을 추가 제안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장이 사임을 해도 상임이사가 인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재단 이사진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뽑아 실질적인 경영권을 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노조는 ▲이사장 제외 일가족 병원 경영 불관여(혁신위원회서 인사권 제한 논의) ▲혁신위원회 구성(노조 3명, 사측 3명, 의료진 2명) 통한 병원 경영 정상화 및 발전 방안 결정 등의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제시했다.

병원 측은 노조의 수정안에 난색을 표했다. 앞서 요구사항과 다른 내용들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토록 원했던 이사장 퇴진은 '유지'로 입장을 변경했고, 대신 혁신위원회를 통한 인사권 행사를 요구했다.

경영진은 노조가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에 관한 사안을 넘어 경영권에 포함된 인사권까지 관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무리한 요구라 판단, 협상을 중단했다. 결국, 교섭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기헌 병원장은 "병원 측은 정상화를 하루 빨리 이루고자 노조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들을 적극 수용했지만 노조 측이 입장을 바꿔 인사권 제한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입장을 표했다.

이어 "이사장 퇴진 및 상임이사의 병원경영 배제를 받아들였지만 현재의 자금상태로 체불 임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대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사와 의료진 대표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 사측 고유 권한인 경영권을 공유하기로 양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인사권 제한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병원 측 입장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노조 측은 "혁신위원회 구성을 보면 노조와 사측이 동수, 의료진이 2인으로 누구에게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라며 "과민반응"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 4월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철웅 부장검사)에 배당됐고, 검찰 지휘로 서울 방배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노조는 이 이사장이 병원 증·개축 공사비 용도로 대출받은 수 백억원을 허비하고, 한 해 이자만 수 십억원에 달하는 기형적 재무구조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대출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하는가 하면 이사장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겨 공사비를 부풀린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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