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이 주어지는 특수가맹점 지정은 병원계의 오래된 바람이다. 현재 의료기관들은 연평균 적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 십억원에 달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이 이뤄질 때마다 추가 부담에 고충을 토로해 왔다. 때문에 병원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공공성 및 사회경제적 기여도 등을 감안해 신용카드 수수료율 우대 필요성을 주장해 왔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 확산 방지와 중증의료, 응급의료, 외상의료 등 국민 생명과 건강 유지를 위한 병원들 역할이 재조명 됐고, 법안 발의까지 이어졌다. 이에 공공재인 의료서비스를 통해 국민 삶의 질 제고에 공헌하고 있는 병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조명해봤다.
사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오랜 병원계 숙원이었다.
현재 의료기관 종별 신용카드 수수료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2.20%, 종합병원 2.23%, 요양병원 2.30%, 병원 2.29% 등이다.
이는 대형마트 1.94%, 통신사 1.80%, 자동차 1.84% 보다 높은 수치로, 연평균 금액으로 환산하면 상급종합병원 20억원, 종합병원은 5억3000만원 등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병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이 이뤄질 때마다 추가 부담에 고충을 토로해 왔다.
때문에 병원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공공성 및 사회경제적 기여도 등을 감안해 신용카드 수수료율 우대 필요성을 주장해 왔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여신금융법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이 3억원 이하인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서만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계가 원하는 부분은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 포함이다. 공공재인 의료서비스를 통해 국민 건강을 돌보고 있는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그 필요성에 공감한 정치권도 수 차례에 걸쳐 의료기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혜택 부여를 시도했다.
지난 제19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의료기관 및 약국 등 요양기관 전체에 대한 신용카드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 역시 우대수수료율 대상 가맹점 확대와 수수료율 인하를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카드업계 반발에 막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학영 의원은 제20대 국회에서도 재차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공익사업인 만큼 수수료 인하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아울러 의료기관은 타 업종과 달리 서비스 가격을 통제받고 있는 데도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어 경영악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의료기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건강보험료에서 지급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가 산정될 경우 건강보험료 일부가 카드회사 이익으로 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병원들은 여전히 타업종 대비 높은 수수료에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의료 공공성 감안 수수료 우대 절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재추진
분위기는 긍정적, 카트업계 반발이 변수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는 제21대 국회가 열리고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재점화 되는 양상이다.
해당 개정안은 국민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공공성을 갖는 특수가맹점을 정해 신용카드 수수료 차감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 사업장으로는 의료기관을 비롯해 △주유소 △충전소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도시가스사업자 △학교 등이 포함됐다.
법안을 발의한 홍성국 의원은 병원이 공공재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 제고에 공헌을 하고 있어 높은 공공성 및 사회경제적 기여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현행 노동조합법에는 병원 업무가 정지 또는 폐지될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고 그 업무 대체가 어려운 ‘필수공익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모든 진료비는 정부가 정하는 고시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의약품과 치료재료 역시 실거래가상환제를 적용하는 등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병원계는 격하게 동조했다. 의료는 높은 공공성 및 사회‧경제적 기여도가 매우 큰 업종인 만큼 수수료 혜택을 부여하는 게 마땅하다고 힘을 실었다.
대한병원협회는 국회와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등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이번에는 반드시 의료업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우대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병원협회는 “병원은 신용카드 업체의 일방적 수수료율 인상에도 환자 불편을 우려해 가맹점 계약을 유지할 수 밖에 없고, 계약관계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구조”라고 성토했다.
이어 “만약 의료기관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면 경영 개선을 유도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카드업계는 해당 개정안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며 저지에 나서는 분위기다. 수수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인하 혜택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수수료율이 5차례 인하되면서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의료기관 신용카드 수수료 우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카드업계는 반발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사상초유의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 확산 방지와 중증의료, 응급의료, 외상의료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 유지를 위한 병원들의 역할이 재조명 되면서 여느 때보다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는 “병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력, 시설,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으나 환자 및 진료수입 감소와 함께 방역비용 증가 등으로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중소병원은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함에 따라 진료체계 유지와 이를 위한 고용유지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수수료율 인하 혜택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상인을 돕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해당 개정안의 입법 가능성에 기대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