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내가 받는 진료 방식에 불만을 품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휘발유를 뿌려 방화를 저지른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최환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24일 오후 9시쯤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부부싸움을 하다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아내가 제초제를 먹었다고 생각하고 응급실로 데려왔다. 술에 취한 A씨는 의료진들이 B씨 손과 발을 결박한 채 진료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소란을 피웠다.
응급실 내원 당시 A씨도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의료진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력을 휘둘렀으며, 그의 아내 또한 정맥 주사를 스스로 뽑으며 진료를 거부하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등에 의해 응급실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병원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매한 뒤 응급실 바닥과 벽에 휘발유를 뿌린 후 라이터로 본인 몸에 불을 붙였다.
이에 응급실에 있던 직원 29명과 환자 18명 등 47명이 건물 밖으로 긴급대피했고 약 11시간 동안 진료가 중단됐다. 불은 병원 직원이 소화전으로 끈 덕분에 5분 만에 진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시 의료계는 "의료기관 및 의료진을 협박, 환자 진료에 방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이번 사건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국내 의료현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이라며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 받아야 할 의료현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도 한 개인의 단순 일탈이나 범죄 행위로 치부하며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면 정부나 사법당국은 물론이고 이를 방관한 모두가 대한민국 건강권을 해치는 공범”이라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으며 항소심 역시 원심 형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이 크게 번졌다면 다수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며 "사람들 생명과 신체 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원심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