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뇌기능 개선제로 허가된 약(藥)이 임상 재평가에서 연이어 퇴출되면서 대체품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줄어든 선택지에 비해 높아지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남아있는 경쟁약물 또는 신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제조 기업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경도인지장애 개선제 주요 약물인 '도네페질', '아세틸엘카르니틴' 등의 관련 일부 적응증이 2019년 삭제된 후 올해 초 50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하던 '옥시라세탐'까지 퇴출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주요 수단으로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2025년까지 재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600억원대 국내 매출을 기록 중인 '은행잎추출물(은행엽엑스)' 성분을 비롯해 '니세르골린' 성분, '돼지뇌펩티드' 등이 대체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은행잎추출물 제제 중 시장점유율 1위(40%)를 차지하고 있는 SK케미칼 '기넥신' 매출은 지난해 23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5년 간 약 28% 상승한 성과를 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은행엽엑스는 뇌기능 개선제로 분류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혈액순환개선제 인식이 더 강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향후 기넥신의 인지기능 개선 효능을 더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아세틸엘카르티닌 성분인 '카티닐정'의 퇴출을 겪은 한미약품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옥시라세탐이 퇴출 직전 위기에 몰렸던 올해 초 한미약품은 또 다른 뇌기능개선제 '니세르골린' 성분 시장에 제네릭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해당 성분은 일동제약이 1986년 출시한 전통 뇌기능 개선제 '사미온'의 첫 제네릭으로, 한미약품은 '니세골린' 이라는 이름으로 10mg, 30mg 두 용량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돼지뇌펩티드는 대웅바이오가 대학병원 등에 연이어 입성시키고 또 이를 홍보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제제다.
회사는 지난해 자사 '세레브레인'을 서울대병원에 이어 서울아산병원에 공급했다. 이로써 22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 전국 142개 종합병원에 입성했다.
대웅바이오 측은 "세레브레인은 다양한 임상 및 처방 사례를 통해 효과와 가치가 입증됐다"면서 "다수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약제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줄어든 치료 옵션으로 건기식도 눈길···휴온스·광동, 대상·아모레 등 적극
한편 의료계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지만 확실한 효능의 치료제 및 환자 관리 시스템이 부재했고, 치매치료제를 쓸 경우에는 보험급여가 안돼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른바 '치매 예방'을 위한 선택지가 최근 더 줄어버린 환자들 입장에서 건기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예견 가능했던 분위기 속에 관련 제약사들은 인지기능개선 건기식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거나 신제품 출시에 적극 나섰다.
동성제약은 올해 초 자체개발한 화살나무 유래 추출물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으며, 동화약품도 지난해 말 인지기능 개선 프로바이오틱스 복합물의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 인정을 획득했다.
앞서 광동제약은 지난 2021년 제주테크노파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담수생물 소재를 활용한 인지·기억력 개선 조성물 특허기술 실시권 등을 두 기관으로부터 이전받는 게 골자였다.
휴온스도 미래 먹거리로 건기식을 점찍고 사업을 확장 중인데, 앞서 건기식 자회사인 휴온스네이처가 2021년 황칠나무잎추출물을 활용해 인지기능개선 건기식 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에이치엘비제약은 지난 2020년 식품소재 기업 네오크레마와 인지기능 개선 건기식 공동개발에뛰어들었다.
식유통 업계도 기억력 기능 개선 등의 효능을 앞세워 건기식을 잇따라 출시 중이다. 지난해 11월 대상웰라이프는 인지기능개선 건기식 '메모리수'를 내놨다.
아모레퍼시픽는 지난해 말 자체 개발한 '열처리녹차추출물' 성분에 대해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인정받고, 해당 성분을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한다.
풀무원녹즙 '바이탈 엑스투 스타트업&메모리케어', 롯데제과 헬스원 '두뇌 인지원' 등도 마찬가지로 인지기능 및 기억력 개선 효과로 홍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