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으로 촉발된 이번 의료사태가 장기화되며 의료계의 해묵은 현안들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환자들 요구로 이뤄지는 타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전원을 법적‧정책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장환 충북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은 최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개최한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의료문제와 관련해서 각자가 자기 역할을 잘하면 된다"며 "정치가가 할 일은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배 교수는 "정치가들이 전남 해남에서 혈압약 처방받자고 서울까지 와서 진료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금은 의사들에게 회송 진료비 3만원을 줄테니 환자를 설득해서 돌려보내라며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결정은 의사가 해야 한다"
이어 "국가에서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갈 때 최종 결정을 환자나 보호자가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결정은 오로지 의사가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 환자가 남아 지역의료가 저절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정부에 하면 다 웃으면서 '그 얘기하면 표 떨어지는 거 아시잖아요'라고 한다"고 개탄하며 "표 떨어지는 것을 왜 의사가 결정해야 하나. 정책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또 정치계를 향해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환자들이 필수의료 분야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처음부터 필수의료 수가가 무지하게 낮게 설정됐다보니 흉부외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개업하면 파산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결국 이를 해결하고자 실손보험을 허용했지만 국민 1인당 1년에 실손보험비가 72만원씩 나간다. 정부도 잘못된 정책이란 것을 알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건강보험에서 많이 부담하겠다고 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의사에게 비보험 진료로 돈 많이 벌려고 한다고 압박하기만 한다"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정부를 향해 "의료 문제를 교육과 안보 문제처럼 생각해달라"며 "국민의 기본권이자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