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필린 주사제 비만치료' 효과 논란
2001.11.26 02:55 댓글쓰기
개원가에서 비만치료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미노필린 주사제 효과에 대한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어 초미의 관심을 끈다.

이는 최근 서울중앙병원 박혜순 교수가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이대목동병원 심경원 전임의가 이에 반박하고 나서 비만치료 주사 효과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 전임의는 내원환자 73명을 대상으로 생리식염수군(P군) 24명, 저용량 아미노필린군(LA군) 24명, 고용량 아미노필린군(HA군) 25명으로 분류해 허벅지·상완부 등에 8주간 피하주사한 결과 아미노필린이 특히 '체지방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얻어냈다.

심 전임의는 "지난해 이같은 내용을 가정의학회 학술지에 게재하기위해 논문을 제출하려 했으나 내용 보완 등의 이유로 반려된 바 있다"고 밝혔다.

심 전임의에 따르면 평균 체지방량이 P군(평균연령 45세)의 경우 0.89%감소한데 비해, LA군(41세)은 3.43%·HA군(40세)은 5.04% 감소하는 등 아미노필린 주사제가 체지방 감소에 큰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중앙병원 박혜순 교수는 지난주 아미노필린군은 몸무게 3.3kg, BMI(체질량지수) 1.31kg/㎡, 허리둘레 3.7cm가 감소해 생리식염수군의 몸무게 3.7kg, BMI 1.48kg/㎡, 허리둘레 4.4cm 감소보다 오히려 효과가 낮았다고 발표했다.

양쪽이 동일 약제로 비만환자를 치료했지만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같이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 것은 연구의 초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심 전문의의 경우 천식치료제 아미노필린의 '지방분해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주변 요인을 배제했지만, 박 교수는 "아미노필린은 비만치료의 전과정을 놓고 볼 때 체중감소 효과가 다른 요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는 결과를 도출한데 따른 것이다.

심 전문의는 "아미노필린은 미국에서도 국소비만 감소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인정돼 크림제로 출시돼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허벅지·상완부 등 피하지방비만으로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박 교수의 결과에 대해 "보조치료제인 '프로작'을 환자에게 처방하는 등 순수한 아미노필린의 효과를 검증하기에는 시술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통증·변비 등 부작용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양군에 동일한 '프로작'을 처방하는 등 일관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2곳의 센터에서 전체 비만치료를 중시하는 관점으로 시술, 안전성이 검증된 보조요법에 비해 효과가 높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어 "심 전임의의 연구는 각 군간 연령에 차이가 있는 등 오히려 다이어트 적극성 여부가 결과에 개입됐을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제니칼·리덕틸 등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된 비만치료제가 존재하는데도, 입증되지 않은 주사요법을 개원가 등에서 과대광고로 포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 전문의는 "작년 11월 학회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려 했지만 '미용적인 치료에 치우쳤다'는 이유로 발표가 보류됐다"며 "일부 개원가에서 과대광고를 하는 등 문제가 있으나 지난 3년간 큰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했고, 미국학술지에 발표한 결과 새로운 시도라고 인정받기도 했다"고 정면 대응했다.

한편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이들의 논쟁을 바라보는 교수들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경희대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직 두 논문을 완전히 검토해보지 않아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중간탈락자·용법·용량 등 세부진행과정에 대해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미노필린 자체는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북삼성병원의 교수는 "개인적으로 '몸매관리차원'에서 이뤄지는 아미노필린 주사요법이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바르는 크림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주사제로 활용하는 것은 세계의학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아미노필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심 전문의 논문은 동물실험 등 일반적인 실험절차를 밟지 않아 논문의 객관성에 문제가 있어 학술지 게재가 반려됐던 것으로 안다"며 "박교수의 논문도 아직 학술지 게재를 위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 두 논문 모두 검증이 안 된 초록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주사요법이 개원가에 유행처럼 퍼져있는 이 시기에 민감한 결과를 너무 성급히 발표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학계서는 양쪽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 향후 논쟁이 공방에 그칠 것인지, 한단계 높은 학문적 토론으로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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