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적인 돌봄' 호스피스완화의료
이현규 인하대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장
2015.10.25 20:00 댓글쓰기

최근 웰빙(well-being)의 개념에 이어 웰다잉 (well-dyeing)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연명치료에 대한 새로운 인식들이 생겨나고, 사전 의료 의향서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들도 들을 수 있다. 존엄사, 안락사와 같은 용어들이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전 세계 유명인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가 하는 기사들도 눈에 뜨이고 유언장 작성, 관속 체험과 같은 활동들이 수련회나 워크숍 같은 곳에서 유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인의 40%가 암으로 사망한다. 암은 누구나 회피하고 싶은 질병이지만 너무도 우리와 가까이 있는 것 같다.

 

힘든 수술과 항암치료, 재발과 병의 진행을 경험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완치가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더는 병의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순간이 오고 그 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뒤에 죽음이 찾아오게 된다.

 

암으로 인한 죽음은 부모님 중의 한 분, 형제 중의 한 명, 친구 중의 절반이, 그리고 남편과 아내 중 한 명이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일이라고 통계는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스러운 과정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겪게 되는 일임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 모든 사람의 문제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떠했나? 환자들은 삶을 정리할 시간도, 유언을 남길 시간도, 깨어진 관계를 회복할 시간도, 그리고 죽기 전에 무언가 꼭 해야 할 것을 하는 시간도 가지지 못하고, 무의미한 마지막을 맞이해 왔는지 모른다.

 

죽음이라는 너무도 생소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통증과 절망과 외로움 속에서 감내해 왔는지 모른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 그 과정을 감당해야 하는 무겁고 커다란 짐 속에서, 그리고 마침내 그들을 먼저 떠나 보내는 상실감을 겪으면서, 지치고 상처받는 몸과 마음을 돌봄 받지 못하고 감내해 왔는지 모른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이러한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따뜻한 손길이다. 피할 수 없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가능하면 덜 고통스럽게 해드리며, 마지막 순간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드리고, 소원하고 왜곡되었던 관계들을 회복시키며 죽음이라는 여정의 영적인 의미를 찾아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호스피스완화의료다.

 

환자가 죽음을 자신의 것으로 당당하고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마지막까지 자신의 성장 기회로 삼도록 돕는 것이다.

 

가족들의 아픔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끌어안고 위로하며 함께 하는 것이며 그야말로 진정한 '전인적인 돌봄'이다. 효율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어찌 보면 인간의 존엄성을 향한 몸부림인지 모르겠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의사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의사는 의학적인 전문지식으로 말기환자들의 통증과 고통을 완화하며, 관련된 돌봄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리드하며 연구와 교육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간호사는 보다 더 환자의 곁에 다가가서 그들의 의학적인 문제들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조치하며 각종 돌봄과 상담, 그리고 교육의 주체로서 발 벗고 뛰게 된다.

 

사회복지사는 환자와 가족들의 심리·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자신과 지역사회의 역량을 활용하며 노력한다. 자원봉사자는 의료진의 손길이 닿지 않는 환자의 삶에 다가가서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그들을 위로하고 섬기는 역할을 한다. 성직자들은 죽음이라는 두려운 과정의 의미를 찾아주고 환자들이 참된 영적인 평안을 얻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위해 인하대병원이 지난 10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병상을 신설하며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인하대병원에서 암이라는 힘든 과정을 겪는 분뿐 아니라, 임종이라는 더 힘든 과정을 앞둔 분들 옆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하기를 원한다.

 

또한, 아직도 존엄한 죽음을 가로막는 사회적인 편견과 장벽들을 허물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되지만 아름다운 발걸음을 내딛고자 하시는 분들을 키워내고 북돋워 주길 원한다. 인천지역의 공공의료 중심기관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짐을 지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호스피스의 정신이 인천지역과 온 나라에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