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법 무산 놓고 醫-韓 '네 탓' 공방 가열
법사위 통과 난항으로 논란 증폭…시행 주체간 '동상이몽'
2016.01.04 20:00 댓글쓰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웰다잉법)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법안 통과가 예상치 못하게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한의사 참여를 요구하면서 기정사실화됐던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는 주장을, 한의계는 “담당의사에 한의사를 추가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 체계 혼란을 막아야 한다”며 맞서는 모양새다.

 

다급한 쪽은 한의계다. 의료계의 주장대로 웰다잉법이 한의계로 인해 법안 통과가 좌절될 경우 급속도로 여론이 악화될게 불 보듯 뻔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명의료 결정에 대해 80.2%가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웰다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명치료 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의계는 ‘법적인 완결성’을 내세워 법사위에 수정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에 포함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현재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 적시돼 있다”며 “이는 향후 대통령령에 의해 연명의료 중단 대상이 4가지 외 더욱 추가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문구를 아예 삭제하거나, 연명치료를 결정하는 담당의사에 한의사를 포함함으로써 법 체계 혼란을 막자는게 한의계의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의 판단은 다르다. 법안에 명시된 4가지 연명의료 행위 자체가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 전문적 판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료법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학적 사항이 포함될 개연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으며 국민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한 몰상식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웰다잉법 국회 상정 추진 과정에 있어서도 양 측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의협은 “지난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의견을 내지 않던 한의계가 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브레이크를 건 것에 대해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 각계도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한의협은 “웰다잉법에 대해 어떠한 의견개진 기회조차 없었다”며 “지난달 열린 제12차 보건복지위원회의에서 복지부 담당 주무과장 역시 한의계와 직접적인 논의를 한 사실이 없음을 시인한 바 있다”고 맞섰다.

 

또 하나의 쟁점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4가지 모두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의료행위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현대 의료기기 허용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갈등을 빚어온 의협과 한의협은 이번 웰다잉법 통과에서 비슷한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협은 “한의계 연명의료 참여 주장은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물밑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한의계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존엄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해당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희망한다”며 “법안이 잘못된 방향으로 악용되지 않고 본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해 시행될 수 있도록 의료계는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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