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김영훈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APHRS 2016)’ 대회장이 22일 기자들과 만나 강조한 말이다.
APHRS 2016은 오는 10월 12일~15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개최된다. APHRS는 미국, 유럽 학회와 어깨를 겨루는 아‧태 지역 최대 규모 학회다. 16개국의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매년 1회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에서 APHRS 학술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학회의 높은 학문적 수준과 왕성한 학술대회 활동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번 대회에는 52개국에서 3000여명의 학자들이 참가한다. 학회 역사상 최대 규모다. 총 240개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750개 강연과 600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최근 3년 간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520명의 부정맥 및 심장질환 초정연자들의 강연이 진행된다. 심방세동의 새로운 치료법과 뇌졸중 신약 효과를 동양인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도 학회에서 처음 발표될 예정이다.
김영훈 대회장(고려대학교안암병원 순환기내과)[사진]은 “후발 주자로 쫓아오는 중국과 앞선 일본의 틈새에 있는 대한민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존 학술대회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내용과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이 바꿀 치료 경향 전망···의료기기‧제약사 미래 파이프라인 공개
김영훈 대회장에 따르면 이번 APHRS에서는 부정맥 치료의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의료 AI’ 기술의 선두 주자인 IBM 왓슨의 파르하나 나쿠다(Farhana Nakhooda)헬스케어 및 소셜 서비스 임원이 기조 강연자로 초청됐다.
암 진단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왓슨의 AI 기술이 부정맥 치료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한데, 심전도 등 생체 데이터와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 환자와 의사가 제 때 정확한 정보를 전달 받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회장은 “우리나라는 원격의료가 불가능해 심장박동조율기(페이스메이커)를 단 제주도 환자가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제도적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정맥 치료를 선도하는 의료기기‧제약사의 10년 후 파이프라인도 공개된다. 학술대회 조직위원회가 엄선한 6개 회사의 기술‧개발 책임자가 직접 최신 기술과 혁신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대회장은 “의료기기, 제약사 도움 없이 부정맥 분야 발전은 어렵다”며 “학자들이 기술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상호 피드백이 이뤄져야 좋은 임상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APHRS의 하이라이트 세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생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최신 기술을 소개하고, 평가 받는 자리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넥타이 대신 운동화, ‘빈백’에 누워 석학과 토론
격식을 파괴한 것도 이번 APHRS의 특징이다. 김 대회장에 따르면 참석자들이 넥타이를 풀고(Tieless) 등록 데스크에서 받은 운동화를 신는다(Casual). 조용히 앉아 연자 발표만 듣지 말고 역동적으로 움직여 참석자 간 쌍방향 소통을 하자는 의미다.
누울 수 있는 ‘빈백’ 쇼파도 학회장에 놓인다. 좌장이 빈백에 누운 패널과 참석자들 중간에 서서 세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치료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전언이다.
김 대회장은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며 “이번 학술대회는 단순히 1회성 미팅에 그치지 않고 다수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리로 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