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금지라니' 당혹스러운 제약계
의협-의학회, 선언…'리베이트 단절 이해하지만 왜 만남 자체를 차단하나'
2013.02.04 20:00 댓글쓰기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하면서 제시한 ‘영업사원 의료기관 출입 금지령’과 관련, 제약업계는 그야 말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양단체는 이 날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한 리베이트 쌍벌제 모법 및 하위 법령이 개선될 때까지”라는 잠정 기간을 설정하고 제약사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 금지를 선포했다.

 

아울러 의협과 의학회는 제약업계의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 중단과 한국제약협회의 리베이트 단절 선언도 촉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단절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영업사원 출입 불가와 관련해서는 근심과 우려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특히 제네릭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회사 매출과 직결되는 영업력이 원천봉쇄 된다는 측면에서 사면초가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국내 상위 제약 A사 관계자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제품은 처방에 있어 차별성이 있었다. 이번 의료계 자정선언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영업사원들은 처방 유무를 떠나 자사 제품 판매를 위해 활동을 하는 것인데, 출입 자체를 막는다면 자칫 오리지널 제품으로 처방이 쏠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리베이트가 사라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건은 제약사가 무작정 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듯하다. 마치 선수보고 경기를 뛰지 말고 벤치 신세를 지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의료계의 갑작스런 이번 통보로 의사와 영업사원 간 정상적인 관계까지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정선언 대로 금품 리베이트가 없어져야 하는 것은 맞다. 돈 싸들고 병원에 찾아가는 것은 요즘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리베이트가 아닌 다른 정보 제공 등의 일도 영업사원 역할이기 때문에 규정상 허용되는 틀 안에서 병의원 출입이 가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참에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마케팅이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C사 관계자는 “이번 자정선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는 본다. 다만 제약사들이 앞으로 학술 근거 중심의 마케팅 방향으로 흘러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학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답하기는 다국적제약사도 마찬가지였다.

 

외국계 기업 D사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에게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우리가 제품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리는 것 아닌가”라며 “이러한 소통 자체를 막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뜻밖의 상황”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 날 의협과 의학회는 향후 정당한 진료와 경영 매진을 위해 의료계 및 제약산업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의산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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