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규모의 토요일 전일가산제를 관철한 의료계의 관심은 이제 만성질환관리제가 어떤 형태로 개편되느냐로 집중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토요휴무 가산을 확대하는 대신 만성질환관리제에 협조키로 했다. 의협 집행부가 토요휴무 가산에 사활을 건 만큼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만성질환관리제가 공급자와 계약자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니면 과거 선택의원제로 회귀할지 여부다.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극단적인 개편안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속단은 이르다.
건정심 한 핵심 위원은 "만성질환관리제가 칼질에 칼질을 당해 제도 본연의 의미가 퇴색됐으므로 여러 계층을 위한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올해 3%의 수가인상률을 확보했다.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이후 최대 인상률이다. 토요휴무 가산까지 이뤄지면 의협은 올해에만 5%대 수가인상률을 확보하게 된다.
수가인상률에 예민한 가입자 측이 추가로 거액이 투입되는 토요휴무 가산에 동의한 것은 만성질환관리제 개편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의협의 성과는 향후 만성질환관리제 개편안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대규모 수익원 창출에도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의료계 거부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노 회장이 전국의사총연합 대표시절 이런 여론 조성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숙원사업을 관철한 의협은 극도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건정심 소위원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토요휴무 가산과 만성질환관리제는 별개 사안임을 보건복지부가 확인해줬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복지부 발언대로라면 만성질환관리제가 토요휴무 가산의 부대조건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게 노 회장의 해석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만성질환관리제 개선안을 건정심 소위원들에게 브리핑하는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노 회장은 기자들에게 토요휴무 가산에 따른 의료계 이익보다는 만성질환관리제 의미를 축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만성질환관리제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을 제외하는 방안이 공감대를 얻었다"고도 했다.
보건소가 동네의원으로부터 환자 정보를 넘겨받아 건강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조처를 하고,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회의 속기록에도 남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실익을 택해 대규모 수익을 확보했지만, 향후 만성질환관리제 개편안이 뜨거운 감자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